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올해 시도한 혁신 작업의 핵심은 연구 기능을 서울로 집중시킨 것이다. 연구센터도 확충,현재 400여명인 연구 인력을 2020년 8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종합중공업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전문 엔지니어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미래 성장 동력과 관련,"조선 · 해양플랜트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가스터빈복합발전,원자력발전,담수화 설비 시장으로도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풍력발전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 개발 방향을 육상에서 해상풍력으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캐나다 등지에서 실증 단계를 거치고 있는 데 1~2년 뒤엔 해상풍력발전기 수주 소식이 나올 것입니다. "

인도네시아 잠수함 프로젝트 수주도 낙관했다. "최근 3년간 발주설이 나왔다가 들어가길 수차례 했던 프로젝트인데,이번엔 경쟁사들이 입찰을 모두 포기한 만큼 우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

▼세계 경제가 심상치 않습니다. 시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큰 변화는 못 느끼고 있습니다. 오히려 유가가 오르면서 해양설비 부문에선 발주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대형 선박을 발주해야 하는데,한국 조선사가 유일한 대안이기 때문이죠."

▼올해 실적은 어떻게 전망합니까.

"영업이익 1조원대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영업이익률도 5%대를 유지할 전망이고요. 내년엔 상황이 썩 좋지는 않겠지만 2013년엔 다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중국의 추격이 만만치 않습니다.

"기술적으론 우리가 경쟁 우위에 있습니다만 재무 · 정치 · 경제적인 면에서는 중국이 앞서 있습니다. 일반상선 분야에선 중국 정부가 전폭적으로 토종 조선소를 지원해주고 있는 데다,임금도 낮아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습니다. 해양플랜트 분야에선 아직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데 이것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중국 정부가 특성화 산업군으로 지정해 지원하고 있거든요.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

▼새로 추진하는 사업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2020년에 조선,해양,플랜트,에너지 등 4개 사업군을 축으로 40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플랜트 분야만 해도 기존에 오일 및 가스 분야에서 해양플랜트를 건조한 경험이 많은 만큼 육상플랜트에서도 1조5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가스터빈복합발전,원자력발전,담수화 설비 등으로 진출 영역을 넓힐 계획입니다. "

▼연구 기능을 통합해 서울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2020년엔 현재 인력의 2배가량인 800명으로 확충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대우조선의 연구 기능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변화할 겁니다. 우선 미래 제품 개발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최근 화두(話頭)가 되고 있는 해저산업을 비롯해 풍력,원자력,연료전지 등이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

▼조선 부문의 기술 경쟁력에도 도움이 되겠군요.

"그렇습니다. 조선 부문의 경쟁력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은 친환경 제품 개발입니다. 선주들의 요구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어 지속적인 연구 · 개발이 필요합니다. 수요에서 공급에 이르기까지 전체 가치 사슬망에서 발생 가능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연구 역량도 중요합니다. 하드웨어적인 확장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도 얼마든지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얘기이고,이것이 현대중공업과는 다른 대목입니다. "

▼친환경 엔진을 개발했는데,언제쯤 수주가 가능할 것 같습니까.

"대우조선은 세계 최대 선박 엔진 회사인 덴마크의 만(MAN)디젤&터보와 공동으로 고압가스 추진장치 및 연료공급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지난 5월엔 셸을 비롯 전 세계 주요 선주들을 대상으로 성능 시연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글로벌 조선업계에서 처음 한 일입니다. 현재 이 시스템을 중동의 LNG선사인 카타르가스에 공급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셸과 같은 주요 오일 메이저들도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연구 ·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하고 있습니다. "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부분은 없나요.

"현재로선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친환경 엔진을 LNG선에만 장착하도록 돼 있는데,다른 선종에도 적용할 수 있는 법규 제정이 시급합니다. 주요 항만에 LNG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도 국제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

▼풍력발전도 신성장동력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육상풍력에서 해상풍력으로 시장이 급속히 옮겨가고 있습니다. 다만 해상풍력은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1~2년 뒤면 수주 소식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만,덴마크의 베스타스 등 기존 업체들이 쳐놓은 진입 장벽을 극복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중국은 자국 풍력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폐쇄적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우산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

▼해결 방안은 뭡니까.

"전력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국내 발전회사와의 협력체계 구축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포스코와도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서로 검토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풍력을 포함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아직 시장 논리보다는 국가 정책과 제도에 좌우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본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대우조선 매각 문제와 관련해 국민주 논란이 있었습니다.

"회사 매각문제는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방향을 정하고 추진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잘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우조선 임직원은 모두가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매출 12조원,영업이익 1조원의 기업을 일궈냈습니다. 가능한 방법이 있다면 이런 성장의 과실을 이해 관계자 모두에게 골고루 돌아가도록 방법을 찾는 게 과제일 것입니다. 과거 10년간 저희 회사가 그룹에서 독립해 단일 기업으로서 기업가치를 이 정도까지 끌어올린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어떤 지배구조가 되든 대우조선을 지속 발전 가능한 기업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본분이라고 생각합니다. "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