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서울지검 동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한 박계현 검사(사진)는 그해 언론에서 크게 주목을 받았다. 사법연수원 22기 동기생인 김진숙,이영주 검사와 함께 '22기 트로이카'로 불린 것도 이때부터였다. 당시만 해도 여검사는 가물에 콩나듯 귀한 존재였다. 19기에 한 명,21기에 한 명 식이었다.

그런데 여성칼잡이가 동시에 세 명이나 배출됐으니 검찰에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들 중 김 검사는 지난 29일 인사에서 신설된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초대부장에 발탁됐고,이 검사는 2년 전 대검 첫 과장인 형사2과장에 임명되는 등 검찰 내 여풍(女風)의 진원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박 검사가 이번 인사에서 대검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또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총장의 입'으로 불리는 이 자리에 여검사가 임명된 것은 박 검사가 처음이다. 대변인은 검찰총장은 물론 언론과도 수시로 접촉하는 등 새로운 경험을 쌓을 수 있어 내부경쟁이 치열한 보직이다.

국민과 검찰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대변인실 근무가 처음이긴 하지만 전혀 낯설지는 않다고 한다. 고등학교 1,2,3학년 내내 학년 학생회장을 지내면서 학교 측 입장을 학생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 경험이 있어서다. 한상대 검찰총장과는 같은 부서에서 함께 일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같은 고대 법대 출신으로 83학번인 박 검사가 77학번인 한 총장의 6년 후배여서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원지검 김영준 제1차장검사가 남편인 검사커플이다. 검사 10년차이던 2002년부터 3년간 변호사로 '외도'한 적도 있다. 박 검사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자리"라면서 "후배 여검사들에게 성공모델이 돼야 한다는 부담도 없진 않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