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혜숙 대표(45)가 지난 4월 설립한 그린플러스는 상자 텃밭 등을 통해 누구나 쉽게 도시농업에 참여해 건강한 먹을거리를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백 대표와 취업을 간절히 원했던 주부 등 6명의 직원이 첫번째 사업 거점인 서울 오금동 솔이텃밭에서 구슬 땀을 흘리고 있다. 비록 자투리 공간이지만 텃밭을 가꾸려는 소비자들을 위해 각종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친환경 텃밭 재료를 개발하고 보급용 상자 텃밭을 가꾸다보면 하루 해가 짧기만 하다고 했다.

백 대표는 "지난 4개월여가 꿈만 같다"며 "두 명이 회사를 시작해 넉 달 만에 네 명의 직원을 더 채용할 정도로 일이 순조롭게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 "송파에 이어 이번달엔 노원구에 두 번째 거점을 마련하기로 구청 측과 얘기를 끝냈다"고 설명했다. 그린플러스는 내년에 3명의 직원을 추가 채용하는 등 출산과 육아 등의 이유로 일을 그만둔 '경력 단절' 여성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꾸준히 늘려갈 계획이다.

◆"고마워요,LG"

LG전자는 재단법인 서울그린트러스트에서 사업단 형태로 텃밭 보급 일을 해온 백 대표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올해부터 3년간 80억원을 투입해 사회적 기업을 발굴해 후원하기로 하고 지난 2월 녹색성장 분야를 대상으로 유망 예비 사회적 기업을 공모했다. 여기서 백 대표의 사업아이디어가 다른 9개 기업과 함께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고 초기 투자비 2억원을 받을 수 있었다. 그후 그린플러스 설립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백 대표는 "자금 지원도 고맙지만 무엇보다 LG가 제공한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그동안 많은 것을 배웠다"며 "정말 소중한 기회였다"고 말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성공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배우며 기업가로서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잡았다"고 덧붙였다.

LG는 올해부터 '사회적 기업 경영자 교육과정'을 매년 2회씩 마련,사회적 기업에 맞는 전문경영인 양성을 돕고 있다. 이 교육은 2주에 걸쳐 모두 5일간 실무 임원들이 직접 현장의 생생한 사례를 중심으로 성과관리,사람관리,조직관리를 교육한다. 김영기 LG전자 부사장은 "사회적 기업들이 작지만 강한 회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재정적 후원은 물론 경영자 양성,판로확보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플러스는 사업 첫 해인 올해 매출 목표 2억2000만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8월 말까지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많지는 않지만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백 대표는 전했다.

◆"주부 일자리 만들어요"

그린플러스의 핵심 사업 목적은 두 가지다. 도시농업 보급을 통한 건강한 먹을거리 공급과 이런저런 이유로 오랫동안 일을 못하다 재취업을 희망하는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이다.

김동연 씨(34)도 그린플러스에서 3년 만에 일자리를 찾았다. "한 때 요리사로 일했고 여전히 요리사의 꿈을 간직하고 있다"는 그는 "그린플러스에서 즐겁게 일하며 친환경 식재료를 새롭게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플러스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찾는 여성을 중심으로 18명의 프리랜서 직원도 두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텃밭 교육 프로그램의 강사로 일한다. 백 대표는 "파트타임으로 일하려는 주부들이 많은 데 이들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사회적인 낭비 아니냐"며 "앞으로 이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그린플러스는 내년까지 340개의 텃밭 관리 및 교육 강사 일자리를 만든다는 목표 아래 구청 및 주민자치센터,아파트부녀회 등과 협의하고 있다. 2015년까지 유치원과 초 · 중 · 고교에 1000명의 텃밭교사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도 진행 중이다. 친환경 급식에 대한 관심이 큰 만큼 교육과학부 도움을 받아 학교 텃밭 사업을 강화하고,이를 통해 텃밭을 관리,지도할 교사 일자리를 늘릴 계획이다. 백 대표는 "잘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도시농업은 상자 텃밭 등으로 소비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며 "그린플러스를 도시 외곽의 흙과 재료,기술이 도심으로 손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