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전업체 야마다전기는 올해 사상 최대인 1400억엔의 경상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절대규모로는 2% 정도 늘어났을 뿐이지만 동종업계의 업체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한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제한송전 조치가 시행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자 발빠르게 가정용 축전지를 내놓은 게 히트했다. 절전 기능을 강화한 에어컨과 전력 소모량이 적은 LED(발광다이오드) 전구가 많이 팔린 것도 실적 호전의 원동력이 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1일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기업 1775개 가운데 9% 정도에 해당하는 150여개사가 올해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릴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대지진과 원자력발전소 사고 등 대형 악재를 사업의 기회로 활용한 적극적인 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돋보인다고 덧붙였다. 절전용 상품을 개발한 회사들이 대표적이다.

야마다전기 외에도 후지쓰제너럴은 에너지절약형 에어컨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올 들어 7월 말까지 이 제품의 매출이 작년보다 30% 이상 늘었다. 유통업체인 케스는 절전 상품만을 취급,인기를 끌었다.

섬유업체들의 수익도 늘었다. 절전으로 예년보다 무더워진 여름을 나기 위해 소비자들이 '쿨비즈' 의류를 많이 찾았기 때문이다. 쿨비즈용 원사를 생산하는 도레이의 올 경상이익은 작년보다 21% 증가한 1200억엔에 이를 전망이다. 후지방적의 이익 규모는 15%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진 등의 영향으로 회식이나 야외 나들이가 줄면서 집안에서 소비하는 제품들도 인기를 누렸다. 가정에서 직접 요리해 먹을 수 있는 신선식품과 반찬 등을 판매하는 야오코와 DVD 만화 등을 대여하는 업체인 게오가 여기에 속한다. 가계지출이 줄어들면서 중고 도서판매업체인 북오프도 전년 대비 10% 이상 경상이익이 늘어날 전망이다. 가격 비교 사이트를 운영하는 가카쿠콤도 수수료 수익이 20% 이상 증가하며 선전 중이다.

이 밖에 신흥국 수요가 늘어나면서 중국에 자동차고무를 수출하는 업체인 기누가와,기저귀 생산회사인 유니참,플랜트기업인 닛키 등도 올해 이익 규모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