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국 전 재경원 차관보가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에, 진영욱 전 재경부 본부 국장이 정책금융공사 사장에 각각 내정됐다. 김 내정자는 재경원 차관보까지 지내다 1998년 그만두고 난 뒤 보고경제연구원 원장을 지냈으며 1999년에 공직을 사퇴한 진 내정자는 이미 한화증권 사장, 신동아화재 사장을 거쳐 공기업인 한국투자공사 사장을 역임했다.

우리는 이분들의 자격 여부는 알지 못한다. 64세, 60세의 나이를 문제삼을 생각도 없다. 그러나 과연 어떤 절차를 거쳐 다시 공기업 사장에 내정됐는지가 궁금할 따름이다. 김 내정자는 관료를 떠난 후 벌써 강산이 변했고 진 내정자는 한국투자공사 사장 시절 실패한 투자결정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이유를 찾는다면 오로지 한번 모피아는 영원한 모피아일 뿐이라는 사실이다. 나라의 일자리가 관료들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결정되는 것이 민주국가에서 가능한 일인지.현직 관료들조차 이번 OB들의 컴백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모피아들의 전관예우와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여기서 지겹도록 지적해 왔다. 이들을 내정한 김석동 금융위원장 자신도 지난 5월 낙하산 인사의 온상인 상근 감사 등을 폐지하겠다고 말하지 않았나. 그러나 김 위원장은 지난 7월 주택금융공사 사장에 모피아 선배를 모시더니 이번에는 아예 꺼진 불들까지 모셔왔다. 누군가가 김 위원장에게 이들의 뒷배를 봐주라고 압력을 넣고 움직였을 것이다. 낙하산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보은의 책임이 있는 것이고 이제 기술신보나 정책금융공사 사장으로서 은밀히 걸려오는 청탁 전화를 받아야 한다.

퇴직 후 긴 노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직장인들의 공통된 고민이다. 관료출신들도 그렇고 민간기업도 다를 것이 없다. 그러나 일단 졸업을 하면 새로운 인생을 찾아 새로운 길을 나서라.대학생이 학교를 졸업하고도 대학촌 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처럼 철부지도 없다. 정치권이나 과천 주변을 맴맴거리는 인간들이 너무도 많다. 이번 인사에서 뒷배를 봐준 사람들의 얼굴이 정말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