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께서 갑론을박이 오가던 여러 현안들을 균형있게 판단했던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습니다. (이번에 저를 기용하신 것은) 보건복지부에 가서도 조정자 역할을 잘 하라는 뜻이 담겨 있을 것입니다. "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사진)는 3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그는 행시 24회로 과거 상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식경제부 1차관에 오른 경제관료다. 국무총리실장엔 지난해 8월 임명됐다.

임 내정자는 "국민들의 실질적인 복지 증진을 위해 의사 약사 한의사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복지부에서 건강한 토론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현 정부 들어 여러 민감한 사안들을 무리없이 조정한 임 내정자의 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 내정자는 2008년 옛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의 일부 조직을 합쳐 만들어진 신생 지식경제부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상당히 기여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옛 산자부와 정통부 출신 공무원들이 서로 융합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는 것.최근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금융감독혁신 태스크포스(TF) 공동위원장을 맡아 총리실과 금융위원회 두 부처 사이에서 큰 마찰 없이 금융감독 혁신 방안을 마련했다.

임 내정자는 그러나 민감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최근 주민투표 사태로까지 번진 서울시 무상급식 등 이른바 '복지 포퓰리즘'이 정치권의 이슈로 등장한 상황에 대해 "지금 그것을 얘기하면 (복지부 장관) 청문회 과정이 더 험난해진다"며 끝까지 대답을 유보했다.

복지비용 누수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절대 비용이 많다고는 볼 수 없다"며 "같은 지원을 해도 가치있는 지원,받는 사람이 필요하고 고맙다고 느낄 만한 복지를 실행해야 한다"고 받아넘겼다.

감기약 슈퍼 판매 추진 의지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나는 일할 여건을 보고 일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과 정권이 바뀌더라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임 내정자에 대한 조직 내외의 평가는 후하지만 국회 청문회 과정은 수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미 지난해 국무총리실장에 취임하자마자 열린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인사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공격을 받았다.

국무총리실장은 장관급임에도 인사청문회법상 청문 대상에 해당하지 않지만,당시 야당의 요구로 여야가 약식 청문회를 개최했다. 야당 의원들은 임 내정자의 위장전입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올해는 야권이 의료 보육 급식 등 무상복지 시리즈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거친 질문들이 쏟아져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경제 관료 출신인 임 내정자가 복지부 장관을 맡는 것은 경제논리로 복지정책을 풀어가려는 이명박 정부의 시각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벌써부터 포문을 열고 있다.

국회 관계자들은 청문회가 9월14~16일 중 하루 동안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남윤선/박신영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