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연봉 60% 올리라니…" 재계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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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임금 정규직의 80%' 추진…포퓰리즘 논란
학계 "고용시장 왜곡…일자리 줄 것"
학계 "고용시장 왜곡…일자리 줄 것"
한나라당 일각에서 비정규직의 임금을 정규직의 80%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물론 학계와 정부에서도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고용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지는 포퓰리즘 대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실 외면한 포퓰리즘"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시한 비정규직 대책의 주요 내용은 △정규직만 받던 경영성과급과 명절 떡값을 비정규직에까지 지급 △정규직의 50% 정도인 비정규직 임금을 80% 수준으로 상향 조정 △저소득 영세사업장 근로자에 대해 건강보험 · 국민연금 · 고용보험료의 근로자 부담분 절반 지원 △정규직 전환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차별대우 해소 대책이 대거 포함됐다.
이에 대해 재계는 고용시장 현실을 외면한 포퓰리즘적인 졸속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동응 한국경총 전무는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대책은 당론으로 채택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비정규직의 임금 수준과 기업의 차별시정 등을 국가정책으로 결정하려는 것은 시장경제질서에 대한 과도한 개입으로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총은 경영성과급과 명절 떡값을 비정규직에 주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많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당정협의에 나서고 있는 고용노동부 역시 부정적인 반응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치권은 표만 의식할 뿐 고용시장이나 기업현실은 감안하지 않는 것 같다"며 "비정규직의 임금을 현재보다 30% 이상 올리도록 하는 것은 기업 부담이 너무 크고,기업에 강제할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비정규직(577만명)의 월평균 임금은 135만6000원으로 이를 정규직 월평균 임금(236만8000원)의 80%(189만원)까지 끌어올리려면 기업들은 연간 37조원을 더 부담해야 한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노총 출신인 김성태 의원의 주장일 뿐 당론으로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자리 감소 불가피
노동전문가들 역시 한나라당의 비정규직 대책은 오히려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 교수는 "정부가 기업 내 비정규직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할수록 기업들은 외주를 선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이 포퓰리즘에 매몰돼 기업경영 환경을 나쁘게 만든다면 결국은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남 교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법으로 유도한다면 기업들은 비정규직 사용 자체를 기피할 수밖에 없고 기업들은 부득이하게 해외 이전 · 생산 자동화 등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영길 변호사는 "우리 정부도 선진국처럼 경영의 자율성을 존중해야 한다"며 "인력활용 선택을 자유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게 우리 정부도 기업들이 파견과 도급을 좀더 자율적이고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관들은 한국의 고용시장 경직성이 비정규직 문제를 심화시키는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OECD의 한국경제보고서는 비정규직법으로 인한 고용 감소를 방지하기 위해서 비정규직의 보호보다는 정규직의 과보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