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짜장면의 복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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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혼자서 끓여먹었던 라면/ 라면이 너무 지겨워서/ 맛있는 것 좀 먹자고 대들었어/ 그러자 어머님은 마지 못해 꺼내신/ 숨겨두신 비상금으로 시켜주신/ 자장면 하나에 너무나 행복했었어/ 하지만 어머님은 왠지 드시질 않았어/ 어머님은 자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앞의 것은 god의 1집 앨범에 담긴 노래 '어머님께',뒤는 정호승씨의 시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의 일부다.
짜장면은 이렇게 서민의 상징이다. 전보다는 줄었다지만 지금도 이사 때는 물론 입학 · 졸업 · 생일 모임의 단골메뉴다.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린다고 하거니와 경제의 개념 및 원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 제목이 '자장면 경제학(오형규)'인 것만 봐도 짜장면이 얼마나 친근한 음식인지 알 수 있다.
짜장면의 시조는 중국 산둥반도에서 만든 작장면(炸醬麵)이다. 한국에선 청나라 사람 우희광이 1905년 인천에 식당 겸 숙소로 개업한 '산동회관'(1912년'공화춘'으로 개명)에서 처음 팔기 시작했다고 돼 있다. 양파 · 양배추 · 감자 · 돼지고기를 넣고 춘장을 묽게 만든 한국식 짜장면이 퍼진 건 1950년대 중반부터다.
멀쩡히 짜장면으로 불리다 1986년 외래어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자장면'이란 생뚱맞은 이름으로 바뀌었던 짜장면이 25년 만에 제 이름을 찾았다. 국립국어원이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던 단어 39개를 표준어에 넣기로 하면서 마침내 복권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자장면을 표준어로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작장면'의 초성은 zh인데 된소리를 피해 'ㅈ'으로 적는다는 게 그것이었다.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 결정에 사람들은 기막혀 하며 웃었다. 2009년 5월 SBS 스페셜 '자장면의 진실'에서 조사한 결과 응답자 91.8%가 '짜장면'이라고 부른다고 답했을 정도다.
'전국민을 홍길동으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함께 '표준어규정 폐지론'까지 일으켰던'자장면'파문은 일단락됐지만 다신 이처럼 우스꽝스런 일이 없어야 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한다. 일정한 지침이 필요하다 해도 작위적인 정책으로 국민의 실제 언어생활을 오도하거나 말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일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
앞의 것은 god의 1집 앨범에 담긴 노래 '어머님께',뒤는 정호승씨의 시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의 일부다.
짜장면은 이렇게 서민의 상징이다. 전보다는 줄었다지만 지금도 이사 때는 물론 입학 · 졸업 · 생일 모임의 단골메뉴다. 하루 700만 그릇이 팔린다고 하거니와 경제의 개념 및 원리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 제목이 '자장면 경제학(오형규)'인 것만 봐도 짜장면이 얼마나 친근한 음식인지 알 수 있다.
짜장면의 시조는 중국 산둥반도에서 만든 작장면(炸醬麵)이다. 한국에선 청나라 사람 우희광이 1905년 인천에 식당 겸 숙소로 개업한 '산동회관'(1912년'공화춘'으로 개명)에서 처음 팔기 시작했다고 돼 있다. 양파 · 양배추 · 감자 · 돼지고기를 넣고 춘장을 묽게 만든 한국식 짜장면이 퍼진 건 1950년대 중반부터다.
멀쩡히 짜장면으로 불리다 1986년 외래어표기법이 제정되면서 '자장면'이란 생뚱맞은 이름으로 바뀌었던 짜장면이 25년 만에 제 이름을 찾았다. 국립국어원이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던 단어 39개를 표준어에 넣기로 하면서 마침내 복권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자장면을 표준어로 정한 이유는 간단했다. '작장면'의 초성은 zh인데 된소리를 피해 'ㅈ'으로 적는다는 게 그것이었다. 하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 결정에 사람들은 기막혀 하며 웃었다. 2009년 5월 SBS 스페셜 '자장면의 진실'에서 조사한 결과 응답자 91.8%가 '짜장면'이라고 부른다고 답했을 정도다.
'전국민을 홍길동으로 만들었다'는 비판과 함께 '표준어규정 폐지론'까지 일으켰던'자장면'파문은 일단락됐지만 다신 이처럼 우스꽝스런 일이 없어야 한다. 언어는 끊임없이 변하고 진화한다. 일정한 지침이 필요하다 해도 작위적인 정책으로 국민의 실제 언어생활을 오도하거나 말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일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