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 분양시장에도 훈풍이 불 조짐이다. 지난달 26일 문을 연 한라건설의 모델하우스에는 내방객 대기줄이 한때 200m를 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총 996가구 가운데 240가구를 내놓은 특별공급에 787명이 몰려 3.28 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일반분양 물량도 1순위에서 최고 16.4 대 1의 경쟁률로 모두 마감돼 하반기 전주 분양시장 전망을 밝게 했다.

한동안 신규 분양이 끊겼던 전주에서는 연말까지 3800여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분양시장 여건은 좋다는 분석이다. 전주지역에선 최근 3~4년간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미분양 물량이 급속히 소진되고 전셋값이 치솟고 있다. 지난달 1일 국민연금공단 등 공기업 이전계획이 확정된 전북혁신도시에서 아파트 분양이 예정돼 있어 청약열기가 뜨거워질 가능성도 높다.

전주에서 연말까지 분양되는 아파트는 대부분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 주택으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전주에서 지난해 말 이후 분양된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비교적 높게 나타나자 분양가도 조금씩 올라가는 분위기여서 청약 전 주변 시세와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3년 새 전셋값 평균 45% 급등

전주지역 부동산 시장 지표는 청약 돌풍의 진원지인 부산과 많이 닮았다.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최근 3~4년간 아파트 공급이 거의 끊기면서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미분양 물량이 급속히 소진되고 매매가와 전세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신규 아파트 공급물량은 2008년을 전후로 크게 차이가 난다. 2008년 이전 3년간은 연평균 4202가구가 공급됐지만 2008년부터 3년간은 연평균 1662가구에 그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 공급이 부족하자 중소형 아파트 위주로 매매가와 전세가격이 동시에 뜀박질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전주지역 매매가는 2008년 8월 3.3㎡당 평균 361만원에서 이달에는 521만원으로 160만원 올랐다. 3년간 상승률이 44%에 달한다. 전셋값도 같은 기간 평균 260만원에서 376만원으로 45% 상승했다.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이 겹치면서 미분양 물량은 크게 줄고 있다. 국토해양부 통계에 따르면 전주지역 미분양 물량은 지난 6월 기준으로 104가구에 불과하다. 2008년 2176가구,2009년 1709가구에서 2010년 270가구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완전 소진 수준에 다다른 셈이다.


◆연말까지 3800여가구 분양 대기 중

전주지역에서 지난해 말부터 올 상반기까지 분양한 단지는 3곳으로 모두 청약실적이 좋았다. 전주 하가지구 '진흥 더루벤스'는 4.51 대 1로 순위 내 청약을 마감했고 평화동 '영무 예다음'은 2.02 대 1,덕진동 '제일 오투그란데'는 6.1 대 1의 경쟁률을 각각 나타냈다.

하반기 분양에 뛰어드는 건설사들도 청약 마감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분양한 업체들처럼 지역 수요에 걸맞게 전용 85㎡ 이하로 구성된 중소형 주택을 주로 공급할 예정이다. 한라건설은 966가구의 대단지를 전용 84㎡ 단일면적으로 구성했다. 대신 전주에서 처음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는 점을 감안해 주부평가단 100명의 의견을 반영,실내설계 및 조경을 차별화했다. 주방 후면 발코니에 냄새 나는 음식을 따로 조리할 수 있는 공간을 배치하고 공간이 넓은 워크인 수납장도 설치해주는 게 대표적이다.

우림건설은 완산구 삼천주공2단지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우림필유'를 11월 착공과 함께 분양할 예정이다. 총 702가구 가운데 조합원분을 제외한 287가구가 일반분양 대상이다. 전용 60~84㎡ 242가구와 전용 119㎡ 45가구가 분양된다. 119㎡는 하반기 전주지역 공급물량 중 유일한 중대형 평형이다.

전북혁신도시에서는 첫 건축심의를 신청한 우미건설이 이르면 10월 말 분양에 들어간다. 전북혁신도시는 전주 중심지에서 직선거리로 6~7㎞ 정도 떨어져 차로 5~1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아파트는 경기도에서 이전하는 농촌진흥청 인근에 들어선다.

호반건설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전북혁신도시에서 10~11월 아파트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한백종합건설은 11월 462가구를 내놓을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와 지역에서 아파트가 공급되는 만큼 입지여건이나 분양가에 따라 청약경쟁률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길환 부동산114 전주지사장은 "입주 10년차 아파트 시세가 3.3㎡당 500만원대에 형성돼 있는 데 반해 신규 아파트 분양가는 발코니 확장비용 등을 포함해 700만원을 웃도는 경우도 있어 꼼꼼하게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전북혁신도시 어디까지 왔나

전주시 중동 일대와 완주군 이서면에 걸쳐 1000만㎡ 규모로 조성되는 전북혁신도시는 LH 이전 계획을 둘러싼 진통으로 사업 진행이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달 1일 국민연금공단이 옮겨오는 것으로 최종 확정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지난 7월 농촌진흥청 등 5개 공공기관이 합동 기공식을 가진 데 이어 대한지적공사 지방행정연수원 한국전기안전공사가 올해 안에,한국식품연구원 국민연금공단 등 12개 기관은 내년까지 신축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주변 아파트 분양시장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평가다.

전북혁신도시사업단 관계자는 "전주에 LH 이전 무산으로 당초 계획보다 1년 정도 늦춰진 2013년 말쯤 공공기관 이전이 완료될 것"이라며 "총 8635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계획된 전북혁신도시에서는 공공기관 이전에 맞춰 단계적으로 분양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주 한경닷컴 기자 minju1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