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평화로운 도시가 정녕 테러의 대상이었단 말인가. 비 갠 맑은 날 오슬로 시내를 걸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유럽의 북쪽 끝나라인 노르웨이.겨울이 춥지 않고 여름이 덥지 않은 나라,공기는 맑고 여름이면 밤늦도록 해가 지지 않는 백야현상이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나라.예전에는 해상 약탈로 생계를 도모해야 했던 바이킹의 나라였지만 지금은 남부러울 게 없는 부자 나라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9만달러에 육박한다. 풍부한 숲과 맑고 풍요로운 바다까지 있다. 오슬로는 이런 나라 노르웨이의 수도이자 최대 도시다. 평화로운 오슬로의 거리를 걷는 기분이 상쾌하다.

◆활기 넘치는 오슬로 거리

피오르의 안쪽 깊이 자리한 오슬로의 3분의 2가 숲과 언덕이다. 중심가는 넓지 않다. 걸어다니며 구경하기 좋다. 물론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비겔란 조각공원,뭉크미술관,바이킹박물관,스키박물관 등을 구석구석 둘러보자면 시간은 더 걸리겠지만 어차피 한정된 여행자의 시간이 이를 다 허락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오슬로의 최대 랜드마크인 중앙역에서 400년이 넘은 중앙우체국과 국회를 지나 도시의 중심거리인 카를 요한 거리로 접어든다. 1.5㎞에 이르는 카를 요한 거리의 끝에는 왕궁이 있는데 그 사이에 1811년에 설립된 오슬로대와 미국대사관,노벨평화상위원회 등이 시선을 붙잡는다. 젊은이들로 북적대는 이 거리에선 악기를 부는 사람,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도 만날 수 있다. 길거리 공연도 흔하다.

오슬로대 옆 국립미술관에서는 '절규'로 유명한 화가 뭉크의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조각공원에서 만나는 희로애락

오슬로에서 빼놓을 수 없는 두 곳을 꼽으라면 비겔란 조각공원과 뭉크미술관이다. 그 중 오슬로 시내 프로그네르공원에 조성된 비겔란 조각공원은 노르웨이가 낳은 위대한 조각가 구스타브 비겔란(1869~1943)이 평생에 걸쳐 만든 212점의 조각상을 모아놓은 곳이다. 청동,대리석,화강암,석고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그의 조각상은 인간의 희로애락을 주제로 한 작품들.등장인물도 남녀노소 다양하다.

이 조각공원은 1920년 비겔란이 분수가 있는 조각작품 '인생의 행로'를 오슬로시에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이 확산되면서 그의 전 작품이 공원을 장식하게 됐다고 한다.

비겔란의 작품성을 알아본 스웨덴이 그에게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줄테니 작품을 달라고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왕으로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나서 기금을 조성했다. 그리고 비겔란에게는 오로지 작품에만 전념토록 해 공원을 조성,자존심을 지켰다는 얘기다.

비겔란 조각공원의 모든 길은 공원 맨 안쪽에 있는 거대한 모놀리트(Monolith)로 향한다. 모놀리트는 17.3m 높이의 화강암 기둥에 정상을 향해 안간힘을 쓰며 기어오르는 남녀노소 121명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묘사한다. 승부를 다투는 사람들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다. 승리와 성공을 위해 질주하는 현대인들에게 "너 자신의 표정을 보라"고 외치는 것 같다.

◆따뜻한 햇볕,순풍,그리고 휴식

오슬로 시청사 앞 선착장은 따뜻한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로 항상 붐빈다. 부두 옆 데크에는 일광욕을 즐기며 담소하는 사람들,나들이 나온 가족들,바다를 보며 밀어를 나누는 연인들로 활기가 넘친다. 바다에는 해양박물관,민속박물관 등이 있는 비그되이(Bygdy)로 가는 페리가 수시로 운항한다. 요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페리를 타고 바다로 나선다. 북유럽의 이 시원한 바람,정말 좋다. 바람 앞에 나를 정면으로 내놓아 본 게 얼마 만인가. 바람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기쁨을 전에는 왜 몰랐던가. 오슬로의 바람이 내게 말을 건다.


◆ 여행 팁

오슬로를 여행하려면 오슬로패스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시내 박물관 대부분을 무료로 입장할 수 있고 지하철,트램,버스,보트 등 대중교통 수단을 무제한 무료로 탈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바이킹박물관,해양박물관,국립미술관,민속박물관 등 내부를 꼼꼼히 살펴야 할 곳도 많으므로 미리 시간계획을 짜서 움직이는 편이 낫다. 스키박물관과 해발 412m의 언덕에 높이 솟아 있는 홀멘콜렌 스키점프대도 명물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높은 만큼 한국인에겐 물가도 비싸게 느껴진다. 500㎖ 생수 한 병이 마트에서 한국돈 3000원가량,호텔에선 8000원가량이다.

오슬로=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