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중국 경제는 눈부실 정도로 급성장했다. 한국 경제가 20년 이상 걸린 것을 중국은 단 10년 만에 이룩한 느낌이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이기 전 시절엔 국민소득은 낮았어도 그동안 열심히 축적한 과학 기술이 선진국의 자본과 결합하자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는 것 같다.

중국은 이미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과학의 강자임을 과시했지만 시간당 400㎞를 달리는 고속철도를 자력으로 개발하는 등 기술 강국임을 여실히 증명해 보이고 있다. 10년 전에 탔던 침대열차는 형편없었고 속도도 느리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타본 뤄양에서 시안으로 가는 고속철도는 시속 290㎞로 달릴 뿐 아니라 실내도 고급스러웠고 쾌적했다. 이런 열차를 선진국 기술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 기술로 개발했다는 것이 놀랍기만 했다.

그뿐 아니다. 티베트에서 상하이까지 운행하는 칭장 열차의 4인실 침대차는 최첨단을 과시했다. 실내에는 산소를 공급하는 시설이 돼 있고 TV 설치는 물론 여러 가지 편의시설을 잘 갖춰놓았 뿐 아니라 침대 시트도 호텔처럼 깨끗했다.

연평균 10%의 고도성장은 단순한 양적인 성장뿐만 아니라 놀랄 만한 질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정저우에서 쉬창~뤄양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는 시원스레 뚫려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도시마다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올라가고 있는 모습에선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실감할 수 있다. 지방의 도시들에 가보더라도 화려한 네온사인이과 조명등 가로등이 거리와 공원을 밝혀주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차로의 신호등은 기다리는 시간을 숫자로 나타내줘 운전자나 보행자들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었다. 고속도로에서의 속도 위반을 규제하는 방식도 우리처럼 폐쇄회로TV에 의존하지 않고 진입 시간과 출구 시간을 체크해 속도위반 여부를 가려내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중국은 여러 가지로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지금 티베트의 라싸에서 시가체까지의 철도 건설공사가 한창인데 공사장마다 근로자들은 몇 명 안 보이고 중장비만 가동되는 것을 보면 이미 건설부문도 노동집약 방식에서 자본집약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시안과 라싸 등 관광지에는 외국 관광객들과 중국 관광객들로 넘치고 있어 숙박시설과 수송시설 부족에 애를 먹고 있었다. 과거에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주를 이루었는데 지금은 중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적어도 외양만으로 본 중국의 발전상은 눈부신 것이며 10년 전의 중국과는 천양지차였다. 물론 시민의식이나 공중질서 같은 면에서는 아직 멀었지만 말이다.

이런 속도로 중국이 앞으로 20년만 발전한다면 미국을 앞지르는 것은 필연이며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는 가고 팍스시니카의 시대가 도래할 것 같다. 지금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늪에서 빠저나오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오랜 기간 동안의 경기침체와 대지진 여파로 역시 깊은 수렁에 빠져 있으며 유럽의 선진국들도 역시 비틀대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은 승승장구하고 있는 형국이다. 15억명의 인적자원,거대한 국토,풍부한 광물자원,3조2000억달러의 넘치는 외화자본,축적된 엄청난 과학기술,풍부한 관광자원,활짝 열려있는 해외시장,급속한 소득증가에 따른 내수시장 확대 등 이제 중국경제는 블루오션을 만났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해양 군사력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항공모함까지도 만들어 낸다 하니 팍스시니카의 시대는 시간문제인 것 같다. 미래학자인 허만 칸이 장래 젓가락 문화권이 세계를 지배할 것이라는 전망을 한 적이 있는데 드디어 그 실현이 임박한 것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중국경제의 승승장구는 우리의 위치를 상대적으로 왜소하게 만드는 느낌이어서 안타깝다. 바로 이런 중국을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앞으로 중국과 어떻게 경쟁하고 또 중국을 어떻게 활용해 우리가 밀리지 않고 선진국 경제에 진입하도록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성찰과 연구가 절실한 때이다.

정재철 < 서울시립대 경제학 명예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