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이 미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서울 전세가격이 2년 만에 웬만한 월급쟁이 연봉에 해당하는 평균 5000만원이나 올랐다. 수도권은 2006년 이후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 집값의 절반을 넘어섰다고 한다. 치솟는 전세금을 마련하느라 대출이 늘면서 가계부채도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전셋값이 오르는 기본적인 이유는 수급 불균형 때문이다. 건설경기 불황으로 주택공급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집값 상승 전망이 불투명하자 전세수요는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저금리 시대 아닌가. 금리를 감안하면 전셋값 오르는 것도 이유는 있다.

하지만 최근 전셋값 급등에는 심리적 요인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전 · 월세 상한제를 들고 나온 지난 봄 이후 상승세는 더욱 두드러졌다. 규제가 나오기 전에 미리 올려 받자는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전세대책은 임대사업자 규제완화에 초점을 맞췄다. 뜨뜻미지근한 대책으로 전셋값은 진정될 기미가 없고 정치권은 또 다시 전 · 월세 상한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사실 전 · 월세 상한제는 전세난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인위적 가격통제에 따른 공급축소와 시장왜곡은 차치하더라도 온갖 이면계약이 횡행할 게 뻔하다. 세입자들은 또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한다. 문제는 오직 표에만 눈이 멀어 있는 정치인들의 집단적 무지다. 정치권이 전 · 월세 상한제를 계속 손에 쥐고 있는 한, 집주인들은 전셋값을 올릴 핑계만 생각한다. 정치인들은 부디 가만히라도 계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