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방정식이 복잡해지고 있다. 양 진영에서 자고 나면 새로운 후보 이름이 튀어나오고 있다. 그만큼 여야 모두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반드시 승리하는 구도로 끌고가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무소속 출마 검토'라는 새로운 변수까지 등장,후보 구도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원장은 출마에 무게를 싣고 있고 추석 전에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도부는 2일 안 교수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분주했다. 내부 경선파인 서울시 의원들과 외부인사 영입을 통한 전략공천을 선호하는 홍준표 대표 간 갈등을 빚고 있는 한나라당은 예기치 않은 '안철수 변수'를 두고 저마다 다른 분석을 내놨다. 안 원장이 끝까지 무소속으로 갈 경우 다자구도로 한나라당에 유리하다는 쪽과 막판 야권 단일화로 한나라당 대 안철수 구도가 되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우려하는 의견으로 갈렸다. 일부 의원은 "이번 기회에 안 교수에 대한 본격적인 영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또 다른 의원은 "한나라당은 바이러스에 안 걸렸으니 백신이 필요 없다"며 영입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한나라당은 정몽준 전 대표와 나경원 · 원희룡 최고위원,김황식 총리,정운찬 전 총리 등과 황창규 삼성반도체 전 사장까지 후보군에 올려놓고 본선 경쟁력을 저울질하고 있다. 당내 지지율 1위인 나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홍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당내 경선을 치를지 아니면 외부인사를 전략공천할지를 두고도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당내 한명숙 전 총리의 출마 여부 문제와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등 당 바깥 인사들과의 단일화라는 난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안 원장의 출마는 전체 구도를 흐트려 놓는 초대형 돌출 변수다. 특히 안 원장 측이 "출마할 경우 무소속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30대 인터넷 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안 교수가 야권 단일화를 거부하고 끝까지 단독 후보로 간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범야권 후보로 수렴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도 없지는 않다.

일단 한 전 총리 측은 이번 주말 예정된 친노(노무현)그룹 소장파들의 회동에서 출마 여부에 대한 가닥을 잡을 예정이다. 출마 결정 시 박영선 정책위의장,원혜영 의원,이인영 최고위원 등 잠재 후보들이 불출마할 가능성이 높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