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부락ㆍ전설ㆍ지명ㆍ인물 새로운 길 이름으로 '부활'

'노가리길, 두꺼비로, 쪽구름로, 꽃밭정로, 황새알로..'

정부가 올해 연말까지 새 도로명 주소를 부여하는 것과 관련, 재미있고 유서 깊은 도로이름이 눈길을 끌고 있다.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서는 예로부터 전해지는 자연부락의 이름을 딴 노가리길을 비롯해 은쟁이길, 구름내길, 수풀오얏길이 새 도로명으로 탄생했다.

진상미로 유명한 이천시 장호원읍 대서리~장녹동 구간 22㎞는 지방자치단체가 쌀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진상미로라고 이름을 붙였다.

경기 광주시 광주나들목~서하리에는 이 고장 출신의 독립운동가인 해공(海公) 신익희 선생을 기리는 해공로가, 직동~광남동에는 조선 세종 때 재상인 고불(古佛) 맹사성을 기억하기 위한 고불로가 각각 등장했다.

안성시 죽산면 칠장리에는 인근 마을의 이름에서 따온 극락길과 임꺽정이 활동했다는 유래에서 나온 임꺽정길이 탄생했다.

전북 전주시는 우리 고유지명을 새 도로명에 많이 이용했다.

전주시 건지산 주변은 물길을 따라 올라가는 지형의 특성을 살려 바람쐬는길로, 완산구의 도로는 자연부락 명칭인 꽃밭정이를 따서 꽃밭정로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됐다.

호성동아아파트 앞 LPG 충전소에서 호성중학교에 이르는 길은 텃밭이 있는 골짜기를 가리키는 우리말 텃골에서 텃골길로 명명됐고, 동산동~반월동은 인근 지역에서 봤을 때 마을 위에 조각구름이 걸친 것 같다는 의미에서 쪽구름로가 됐다.

호성 네거리에서 예원대학교 전주분원을 거쳐 소양천으로 가는 작은 길은 새로 난 논과 밭을 거쳐 조성돼 새논밭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전북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사용한 주소는 일제 강점기의 산물"이라며 "우리 고유의 정서를 살린 새 주소가 주민에게 친근해지도록 널리 알리겠다"고 말했다.

충북도는 역사성과 지역성을 도로명에 반영했다.

고려 때 축조된 돌다리(길이 193.6m)가 있는 진천군 문백면의 새 도로 이름은 농다리길이다.

작은 낙석으로 다리를 쌓은 방법이나 다리가 떠내려가지 않도록 축조한 기술이 전국적으로 유례가 없으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되고 긴 다리로 알려졌다.

청주시 상당구 석교동 육거리~청원군 미원면 구방리 도로는 항일 독립운동가 단재 신채호 선생의 호를 따서 단재로로, 흥덕구 산남동 원흥이 방죽 일대 두꺼비 생태공원 주변은 두꺼비로로 각각 명명했다.

부산시는 전설이나 지명, 관광자원을 활용했다.

연제구 거제동 황새알로는 황새가 날아와 알을 낳았던 곳이라는 자연부락 명칭에서 나왔다.

지명을 이용한 도로명으로는 연산동 톳고개로(토끼가 많았던 고개라는 의미), 청학2동 조내기로(동래부사 조엄이 대마도에서 구해온 고구마를 재배해 수확한 곳이라는 뜻), 청학2동 일산봉로(지대가 높고 언덕이 많아 해 뜨는 광경을 제일 먼저 볼 수 있었던 지역이라는 일산봉에서 유래) 등이다.

다대1동 왕복 4차로는 석양이 질 때 풍경이 아름다운 곳으로 유명해 낙조길로 불리게 됐다.

제주시는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의 명칭을 딴 거문오름길을 비롯해 원당봉로, 사라봉길 등 기생화산인 '오름' 명칭을 사용한 도로명 9개를 만들었다.

용두암길 등 관광지의 이름을 딴 도로도 6개 있다.

또 제주시 건입동∼제주항 구간 도로를 조선시대에 굶주림에 허덕이던 제주인들을 구한 의녀반수 김만덕(金萬德.1739∼1812년)의 이름을 딴 '만덕로'로 지정했다.

이 일대는 김만덕이 운영하는 객주터가 있었던 곳이다.

중동부전선 최전방지역인 강원 양구군은 이 고장 출신의 국민화가 박수근 화백의 이름을 딴 박수근로를 비롯해 금강산로(분단 이전까지 내금강산으로 가던 길), 소풍정길(소풍 명소인 방산면 장평리) 등을 새로운 도로 이름으로 정했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전국에 15만 8천 개의 새 도로명 주소를 부여해 법정주소로 확정할 방침이다.

새 도로명은 2013년까지는 기존 주소와 함께 사용할 수 있다.

(이해용ㆍ윤우용ㆍ김경태ㆍ김지선ㆍ홍인철ㆍ신정훈 기자)



(전국종합=연합뉴스) dm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