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생활을 위해선 얼마가 필요할까. 관련 연구소들이 제시하는 금액을 종합하면 3억~6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거주 지역이나 은퇴기간,은퇴 후 직업 여부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3억~4억원이면 기본 생계는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피델리티자산운용은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2007년 서울과 6대 광역시 성인 3500명에게 은퇴 후 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금 규모를 설문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올초 은퇴자금 규모를 5억1000만원으로 추산했다. 은퇴 후 30년에 걸쳐 연금으로 매달 140만원 정도를 받는다고 치면 이 금액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도 2인 가족 최저 생계비를 기초로 물가상승률 3%를 반영하고 은퇴 기간 25년,은퇴 기간 중 투자수익률 연 4.5%를 산정해 현재 은퇴 시점에 3억82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했다.

미래에셋은퇴교육센터는 거주지역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연구원이 조사한 서울의 최저생계비 월 150만원을 기본으로 은퇴 기간을 25년(투자수익률 연 4%)으로 가정할 때 4억1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했다. 서울 이외 광역시나 도청 소재지는 월 124만원이면 최저 생활이 가능해 3억3000만원,이 밖의 중소도시는 2억9000만원으로 예상했다.

이는 현재 은퇴자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30~40대 직장인이라면 20~30년 후 은퇴 시점의 필요자금이 크게 높아진다. 예컨대 현재 40세인 남성이 60세에 은퇴해 85세까지 산다고 보면 60세 은퇴 시점에는 노후생활비로 7억2000만원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가치로는 3억3000만원 수준이다.

결국 은퇴 후 얼마나 오래 사느냐와 물가인상률,은퇴 기간 투자수익률,생활비 수준 등에 따라 필요자금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서울에서 기초 수준인 월 150만원을 생활비로 잡으면 4억원(연 4% 수익률 기준)이 필요하지만 좀 더 여유 있는 적정 수준인 215만원을 월 생계비로 염두에 두면 5억7500만원이 필요하다. 은퇴자금의 운용수익률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60세에 은퇴해 85년까지 산다고 가정할 때도 연 4%로 운용하면 4억원이 필요하지만 연 6%수익을 내면 3억2500만원,연 8%로 굴리면 2억6900만원이면 된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필요한 은퇴자금을 10억원까지 얘기하는 건 관련 금융회사들의 '공포마케팅' 차원이기도 하다"며 "국민연금에 퇴직연금도 있는 만큼 10여년에 걸쳐 미리미리 준비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은퇴 후 매달 60만원을 국민연금으로 받는다고 보면 서울 지역 거주자의 은퇴자금은 4억100만원에서 1억6000만원 정도 줄어든 2억4000만원이면 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