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 모듈(LCM) 제조업체 디아이디(대표 이낙황)는 최근 중국 자회사인 둥광광전유한공사에 141억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올초 출범한 자회사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불과 7개월여 만에 추가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쪽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투자를 앞당겼다"며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라인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CD 부품업계가 중국에서 잇따라 활로 모색에 나서고 있다. 세계 1위 LCD 패널 기업인 삼성전자가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국내보다 원가절감이 쉬운 중국 생산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LCD 섀시를 생산하는 파인디앤씨(대표 홍성천)는 최근 들어 상반기부터 진행해온 중국 무석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TV 액정 등의 이탈을 방지하고 보호하는 기능의 톱 · 보텀 섀시 라인을 국내에서 중국으로 일부 이전한 가운데 내년 초 가동을 목표로 현지 자체 라인도 구축하고 있다.

디에스(대표 이승규 · 오인환)는 작년부터 중국 호황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온 경우다. 국내는 부가가치가 높은 LED(발광다이오드) 라인 위주로 재정비하고 중국 쑤저우 공장에 백라이트(BLU) 설비를 확충했다. BLU는 LCD에서 빛을 비추는 광원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한솔테크닉스(대표 김치우)에 이어 디에스가 2위에 올라 있다.

이렇게 업계가 경쟁적으로 중국에서 증설에 나서는 것은 수요처인 삼성전자가 중국 비중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기준 월 100만~130만대(모듈 기준)가량인 국내 탕정사업장의 TV용 패널 생산량을 연말까지 20만~30만대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을 협력사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줄어드는 물량은 고스란히 중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업계에선 '삼성 따라 중국 간다'는 말이 유행한다"며 "한국에만 있으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들 기업의 상반기 성적표는 암울한 업황을 여실히 반영한다. 디에스는 올 상반기 매출 4876억원,영업손실 117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적자폭이 7배로 확대됐다. 작년 상반기 1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파인디앤씨는 올해 49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디아이디는 작년과 비슷한 매출을 냈지만 영업이익이 58억원에서 9억원으로 약 75% 줄었다. 업계 전문가는 "부품은 세트를 따라가게 마련"이라며 "업계의 중국행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