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ㆍ최지성, 상대 부스 '의도적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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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A는 CEO들의 자존심 대결 공간
독일 베를린 만국박람회장(메세)에서 지난 2일 개막한 'IFA 2011'의 삼성전자 전시장은 스마트 TV와 스마트폰,태블릿PC를 체험하려는 이들로 만원이었다. 신개념 모바일 기기 '갤럭시 노트'와 신형 태블릿 '갤럭시탭 7.7' 전시 코너는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몰려든 인파 사이로 대여섯명의 직원을 대동한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연신 직원들과 대화하며 뭔가를 빼곡히 메모하고 있었다. 기자가 "뭘 그렇게 열심히 보느냐"고 묻자 "디스플레이를 살펴보고 있는데 잘 만든 것 같네요. 그런데 해상도는 어떨지…"라고 답했다.
IFA는 소비자들에게 정보기술(IT) 제품 트렌드를 보여주는 전시회지만 그 속에서 벌어지는 글로벌 전자업체들의 경쟁사 탐색전도 뜨겁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새로 나왔거나 특징적인 제품들은 따로 보고를 받지만 시간을 내 (경쟁사 전시장을) 둘러보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어느 회사 부스가 관심을 많이 끌고 있는지 되묻기도 했다.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전시회 첫날 아침에 소니 필립스 일렉트로룩스 밀레 지멘스 등 경쟁사 전시장을 한 바퀴 돌았다. 4~5㎞는 족히 넘는 거리지만 피곤한 기색도 없이 구석구석을 살폈다. 최 부회장은 하지만 LG전자 부스는 찾지 않았다. 삼성 관계자는 "평소 잘 알고 있어 동선의 효율을 고려해 들르지 않은 것일 뿐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도 전시회 개막 당일 아침에 수행원만 대동한 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일본 업체 등의 전시장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구 부회장 역시 삼성전자 부스는 들르지 않았다. LG 관계자는 "원래 격식 차리는 것을 싫어해 혼자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삼성 부스를 방문하지 않은)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구 부회장과 최 부회장이 일부러 상대방 부스를 피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서로를 잘 알고 있는 데다 거의 전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대면을 껄끄럽게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