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모터와 배터리 등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기로 결정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4일 보도했다. 도요타가 주력 차종의 핵심 부품을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요타는 핵심 부품 양산 시점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V)'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는 2013년으로 잡고 있다. PHV는 가정에서 플러그를 꼽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한 차세대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독일 폭스바겐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도 친환경 차량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핵심 부품을 어디서 생산할지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기술 유출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경쟁 업체보다 한발 앞서 핵심 부품을 중국에서 생산키로 한 것은 물류비용을 줄여 원가를 낮추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가격경쟁력이 필수라는 판단이다. 엔고(高 · 엔화 가치 상승)로 일본산 부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도 현지 생산을 서두르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도요타가 부품 생산 전략을 바꾸게 된 배경이다. 중국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를 생산하는 해외 자동차 메이커들에 모터 배터리 제어시스템 등 세 가지 핵심 부품 중 하나 이상을 현지에서 만들도록 요구하고 있다.

소원해진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지난달 중국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은 현지 언론을 상대로 한 기자회견에서 "캠리 등 도요타의 세 가지 차종에서 브레이크 등 부품 파손으로 인한 사상 사고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중국 정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해외 완성차 업체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명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중국은 중 · 일 관계가 악화될 때마다 일본 대표기업인 도요타를 표적으로 삼아왔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