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우사인 볼트였다.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최고 스타인 볼트가 폐막일 마지막 경기인 남자 400m계주에서 이번 대회 유일의 세계신기록을 세우며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볼트는 전날 200m 우승에 이어 2관왕을 달성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볼트는 4일 저녁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남자 400m계주 결승에서 자메이카 대표팀의 4번 주자로 나서 폭발적인 질주를 펼치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네스타 카터-마이클 프레이터-요한 블레이크-볼트 순으로 달린 자메이카 대표팀은 37초04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종전 최고기록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자메이카가 작성한 37초10이었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볼트는 가장 먼저 발을 떼며 이번 대회 100m 우승자인 블레이크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아 '번개'처럼 달렸다. 블레이크도 빠른 속도로 바통을 넘겨주며 우승에 일조했다. 초반부터 결승선까지 쉬지 않고 스퍼트를 뿜어낸 볼트는 가장 먼저 결승선을 끊은 뒤 세계 신기록을 경신했다.

반면 자메이카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던 미국팀은 4년 동안 세 번째 바통 터치 실패의 악몽에 시달렸다.

미국팀은 3번 주자 다비스 패튼까지는 자메이카와 접전을 펼쳤으나 패튼이 100m 은메달리스트인 4번 주자 월터 딕스에게 바통을 넘기기 직전 앞으로 넘어지며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다.

코너를 돌아 직선 주로를 향해 달리던 패튼은 딕스를 향해 바통을 넘겨주려 했으나 옆 레인에서 기다리고 있던 영국 4번 주자 해리 아이킨스 아리에키에게 발이 걸리는 바람에 그대로 트랙 바닥에 나뒹굴고 말았다. 이로써 미국팀은 이번 대회에서 남자 단거리 종목인 100m,200m,400m계주까지 모두 자메이카에 내주며 완패했다.

100m에서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던 볼트는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며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이번 세계대회까지 메이저대회 3회 연속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자신의 기록을 확인한 볼트는 바통을 높이 집어던진 뒤 대회 공식 주제가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경기장은 관중의 함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대구스타디움에는 볼트에게 춤을 추라는 듯 강력한 비트 음악이 흘러나왔고,볼트는 자신의 기록을 자축하며 엉덩이를 살랑살랑 움직였다. 그는 이어 동료들과 함께 트랙을 천천히 돌면서 환호해준 관중에 답례했다. 땀방울로 범벅된 그의 얼굴은 어느 때보다 환했다.

볼트는 전날 남자 200m 결승에서 19초40의 시즌 최고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했다. 이 기록은 2년 전 베를린대회에서 세계기록(19초19)을 작성한 이후 최고 기록이다. 역대 기록으로 보면 자신이 두 차례 작성한 19초19와 19초30의 세계기록과 마이클 존슨(미국)의 종전 기록(19초32)에 이어 4위에 해당한다.

볼트는 출발 반응 시간이 늦었을 뿐 가속도와 질주 능력에서는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이날 볼트는 결승에 나선 8명의 선수 중 가장 늦은 0.193초 만에 스타팅블록을 차고 나갔다. 그러나 탁월한 코너워크와 가속도는 세계 최고였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