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原電 중간저장시설 '발등의 불'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지선정 뒤 건설에만 10년 걸려…열린정책 통해 국민이해 구해야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경제성이 뛰어나다. 원자력발전은 안정적인 대량생산이 가능하며,황산화물이나 질소산화물 같은 대기오염 배출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기후변화에 대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수력이나 풍력발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적으므로 매우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우리나라가 전기요금을 미국의 64%,일본의 33%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원자력발전 덕분이다. 또 1982년 대비 물가상승률이 240%인 것에 비해 전기요금은 18.5%만 상승한 것도 원자력발전이 있어 가능했다.
원자력 산업에 대한 신뢰성 여부는 운영의 안전성,폐기물,핵무기 확산 등의 불안 요소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느냐와 그 대책이 객관적인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여부에 귀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영의 안전성 분야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각종 통계가 입증하고 있으며,핵무기 확산 문제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대처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폐기물 중 사용후 핵연료 처리 분야에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핵연료인데,높은 방사능을 띠고 있어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되지만,재처리하면 다시 핵연료로 쓸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처리 과정을 악용하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으므로 핵확산금지조약에 의해 재처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안에 있는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는 중이다. 핵확산금지조약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건식 재처리 방법의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최종 처분을 포함한 관리대책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지식경제부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대책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그 일환으로 원자력학회 컨소시엄에서 수행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정책 마련을 위한 기술적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의미가 있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당초 2016년이면 포화될 것으로 보고됐으나,내부적인 용량확대 조치를 통해 2024년까지 늦출 수 있음을 단기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기적으로는 포화되는 원전부터 원전별로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거나,별도의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재처리 또는 최종처분을 고려해야 하지만,건식 재처리기술의 실증 연구 결과를 2028년에나 가야 얻을 것으로 예상되므로,최종처분 정책은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결과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 결정까지 일단은 기술적으로 시간을 벌게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중간저장시설 설치에도 10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됨을 감안한다면,신속한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의견 수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의 선정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사용후 핵연료 자체가 매우 민감한 사항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설득하는 방식의 의견수렴이 돼서는 안 된다. 이번 용역으로 얻은 기술적인 대안을 정책방향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돼서도 안 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결론을 찾아가는,열려 있는 정책 수립 과정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빠뜨린 정보들이 나중에 자칫 오해를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에 앞서 비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춘 이해 증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의 실패 사례에서 얻은 경험에 기초해 이런 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용균 < 한양대 원자력공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
원자력 산업에 대한 신뢰성 여부는 운영의 안전성,폐기물,핵무기 확산 등의 불안 요소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느냐와 그 대책이 객관적인 신뢰를 줄 수 있는지 여부에 귀결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운영의 안전성 분야에서는 단연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각종 통계가 입증하고 있으며,핵무기 확산 문제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대처해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나 폐기물 중 사용후 핵연료 처리 분야에서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고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원자력발전소에서 태우고 남은 핵연료인데,높은 방사능을 띠고 있어 방사성 폐기물로 분류되지만,재처리하면 다시 핵연료로 쓸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하다. 그런데 재처리 과정을 악용하면 핵무기로 전용될 수 있으므로 핵확산금지조약에 의해 재처리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사용후 핵연료를 원전 안에 있는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는 중이다. 핵확산금지조약에 저촉되지 않는 새로운 건식 재처리 방법의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나,최종 처분을 포함한 관리대책은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지식경제부에서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대책에 대한 의견 수렴을 시작한다고 공표했다. 그 일환으로 원자력학회 컨소시엄에서 수행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의 최종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 정책 마련을 위한 기술적 분석을 제시하고 있는 것에 의미가 있다. 국내 원전의 사용후 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당초 2016년이면 포화될 것으로 보고됐으나,내부적인 용량확대 조치를 통해 2024년까지 늦출 수 있음을 단기 대안으로 제시했다. 중기적으로는 포화되는 원전부터 원전별로 중간저장시설을 확보하거나,별도의 부지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궁극적으로는 재처리 또는 최종처분을 고려해야 하지만,건식 재처리기술의 실증 연구 결과를 2028년에나 가야 얻을 것으로 예상되므로,최종처분 정책은 장기적으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결과에 따라 사용후 핵연료 최종처분 결정까지 일단은 기술적으로 시간을 벌게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문제는 중간저장시설 설치에도 10년 가까운 기간이 소요됨을 감안한다면,신속한 정책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전개될 의견 수렴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의 선정에 실패한 경험이 있고,사용후 핵연료 자체가 매우 민감한 사항이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결론을 미리 내려놓고 설득하는 방식의 의견수렴이 돼서는 안 된다. 이번 용역으로 얻은 기술적인 대안을 정책방향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 돼서도 안 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이해 당사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최선의 결론을 찾아가는,열려 있는 정책 수립 과정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또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 빠뜨린 정보들이 나중에 자칫 오해를 일으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에 앞서 비전문가의 눈높이에 맞춘 이해 증진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전의 실패 사례에서 얻은 경험에 기초해 이런 점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김용균 < 한양대 원자력공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