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난을 심화시키는 요인은 '수급 미스 매치'다. 건설사들은 2007년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미분양이 우려되자 주택공급을 대폭 줄여 전세 공급을 위축시켰다.

주택시장 침체로 시세차익을 얻기 힘들어지자 내집마련 대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무주택자들은 전세 수요를 더욱 늘리는 변수로 작용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으면 전셋값 상승세도 지속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세 수급 미스매치는 소형주택에서 두드러진다. 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소형주택 수요는 증가했지만 2000년대 들어 중대형 아파트 위주로 공급이 이뤄져 소형주택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계절적 비수기로 꼽히는 지난달 서울의 전셋값은 평균 0.52% 올랐다. 전용 66㎡(옛 20평형) 이하 소형은 0.73% 올라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입주물량으로 바로 활용될 수 있는 준공 후 미분양이 수도권에 9904가구가 있지만 87%인 8620가구가 전용 85㎡ 초과 중대형이어서 세입자들에겐 도움이 안된다.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는 집주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전세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집값 약세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임대소득을 얻을 수 있는 월세나 반전세를 선호하고 있다"며 "하지만 세입자 입장에서는 빠듯한 생활비에서 매월 비싼 임대료를 내는 게 부담스러워 전세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전세시장 안정화를 위해 쓸 만한 대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8 · 18 대책'까지 세 차례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면서 쓸 만한 카드는 다 내놓은 상태다. 8 · 18 대책의 핵심인 매입임대사업자 및 오피스텔 세제지원 방안도 관련법 개정에 시간이 걸려 당장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국토해양부는 전세 수요를 매매수요로 돌리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를 연 5.2%에서 4.7%로 0.5%포인트 낮추고 △전세자금 대출 지원대상 확대 △장기 전세형 신축 다세대주택 5000가구 매입 시작 등 대책 시행을 서두르고 있지만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국토부 관계자는 "다세대 · 도시형생활주택 등 단기 입주가 가능한 물량이 지난해 말부터 크게 늘고 있는 만큼 향후 전세 수급불안이 다소 완화될 것"이라면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 보완책을 점검하겠다"고 설명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