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가 급락장이 출현했던 최근 한 달 새 7% 하향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7월 초에 비해서는 14% 줄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을 감안해 최근 들어 기업 실적 전망치를 속속 낮춰 잡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기업이익 전망치의 하향 조정 추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코스피지수가 기술적 반등을 넘어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는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전자업종 두 달 새 35% 감익

4일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국내 유가증권시장 96개 기업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지난 2일 현재 24조8372억원으로 추정됐다. 지난 7월1일 추정치 29조542억원에 비해선 14.51%,지수 폭락이 나타나기 직전인 7월29일의 26조7218억원에 비해선 7.05% 줄어든 것이다. 이들 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은 7월 초 이후 매주 하향 조정돼 왔다.

3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7월1일 23조53억원에서 같은 달 29일 21조8833억원,지난 2일 20조8798억원으로 두 달 새 9.24% 줄었다.

전기전자(-35.08%) 운수창고(-38.91%) 통신업종(-31.12%)은 3분기 영업이익 예상치가 7월 초에 비해 30% 이상 급감했다. 삼성전자 등 12개 기업이 포함돼 있는 전기전자업종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액은 7월1일 6조4093억원에서 7월29일 5조1998억원으로 18.87% 하향 조정된 이후 지난 2일 4조1608억원으로 한 달 새 19.98% 또 떨어졌다. LG화학 등 18개 기업이 포함된 화학업종 3분기 영업이익도 7월1일 4조596억원,7월29일 3조8603억원,이달 2일 3조6570억원으로 두 달 새 9.92% 줄었다.

증권업계는 기업들의 3분기 실적 전망치가 추가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의 지난달 신규고용이 제로(0)를 기록하는 등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다시 커지고 유럽 재정위기 리스크도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진 KT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3분기 실적 추정치가 낮아지는 추세가 멈추고 상향 조정세로 돌아서지 않을 경우 코스피지수는 1950선을 넘어서기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다만 8월 초 대비 지수가 14.0% 하락했고 미국 경기부양책 등이 예정돼 있어 유럽 재정위기가 최악의 파국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실적 전망치 하향 조정이 이어져도 지수는 1750~1800선에서 강한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운수장비 · 철강주는 이익추정치 증가

전반적인 실적 전망치의 감축 속에서도 일부 업종은 최근 한 달 새 영업이익 추정치가 증가세로 돌아서 주목을 끈다.

운수장비업종은 영업이익 추정치가 7월1일 4조9674억원에서 7월29일 4조7657억원으로 4.06% 낮춰졌지만 지난 2일 4조7960억원으로 한 달 새 0.63% 늘어났다.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7월 말 1조8314억원에서 현재 1조8357억원으로,기아차는 같은 기간 8674억원에서 8948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전통적으로 이달부터 성수기에 진입하는 철강금속업종도 최근 한 달 새 3분기 영업이익 규모가 1.33% 높아졌다. 이익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긴 하지만 의약품(5.40%)과 건설업종(3.44%)도 같은 기간 3분기 이익 전망이 늘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를 비롯해 실적 전망치가 증가하는 업종 및 종목들은 향후 하락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빠지고 상승장에선 빠르게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