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채용 시즌이 막을 올렸다. 주요 기업들이 이달 초부터 채용공고를 내기 시작했다. 올해 채용 시장 사정은 작년보다는 나아졌다. 통계로 봐도 그렇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하반기 첫 달인 지난 7월 취업자는 2463만6000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33만5000명(1.4%) 늘었다. 실업률은 3.3%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0.4%포인트 하락했다. 하반기 채용 트렌드는 '채용시장 양극화'와 '고졸 채용 붐'이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30대 그룹이 사상 최대 인원을 뽑는 데 비해 중소기업은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줄이는 분위기다. 정부의 '공생발전' 기조에 맞춰 기업마다 고졸 출신 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30대 그룹,하반기 5만6000명 채용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취합한 올해 30대 그룹 채용 규모는 12만4000명으로 작년(11만명)보다 소폭 늘었다. 하반기에만 5만6000명을 뽑는다.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1만7000명이 고졸 인력이다.

삼성그룹은 작년보다 500명 더 많은 4500명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작년보다 470명 늘어난 3970명을 모집하며 SK그룹은 작년보다 600명 많은 2100명을 채용한다. LG는 작년과 비슷한 4000명을 뽑는다. 한화그룹은 작년 하반기 420명이던 신입사원 채용 인원을 올 하반기에는 700여명으로 늘렸다. 동부그룹도 작년 480명에서 올 하반기 550명을 뽑는다. GS그룹과 효성그룹은 각각 1200명,500명을 채용한다. 작년과 비슷한 규모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 · 중견기업은 작년보다 채용 규모를 줄이는 분위기다. 취업 · 인사포털 인크루트가 429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조사에 응한 중견기업들의 하반기 채용 인원은 2472명으로 작년 하반기보다 33.5%가량 줄었다. 중소기업군에 속하는 응답기업들도 하반기 1254명을 뽑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1579명)보다 20.6% 감소한 수준이다.

◆'공생발전'…고졸 · 지역인재 채용 확산

정부가 집권 후반기 국정운영 화두로 '공생발전'을 내세우면서 고졸 출신과 지방대 출신을 채용하려는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금융권이 가장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하반기 채용인원 150명 가운데 고졸과 지방대 출신을 각각 50명씩 뽑는다. 우리금융그룹도 하반기에 고졸 사원 150명을 뽑는다. 기업은행도 창구텔러 120명 가운데 40명을 특성화고에서 모집할 계획이다.

공기업들도 고졸 채용에 적극 동참하는 추세다. 한국수력원자력이 대표적이다. 하반기에 뽑을 전체 신입사원 250명 가운데 100명을 고졸 사원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삼성그룹은 올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총 1만1000명의 고졸 기능직 사원을 채용한다. SK그룹도 고졸 채용 규모를 작년보다 늘릴 계획이다. 2009년 850명에서 올해 1000명으로 확대, 전체 채용 규모의 20%를 고졸 사원으로 선발할 예정이다. 롯데마트도 하반기에 고졸 및 전문대 졸업자를 100명 뽑는다.

◆전기 전자 IT분야 입사 '좁은 문'

인크루트는 429개 상장기업 설문조사를 토대로 하반기 업종별 취업기상도를 내놨다. 이에 따르면 하반기 채용이 가장 활발한 곳은 △건설 △식음료 △제조 △석유화학 △금융 △유통 · 무역 △자동차 등이다. 건설 업종은 부동산 경기 위축으로 사정이 좋지 않지만 해외 사업을 확대하려는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채용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들도 하반기 채용에 적극적이다. 올해 투자은행(IB) 설립이 가시화되면서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융권과 공기업 쪽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은행권이 하반기에만 정규직 1100여명을 채용하고 한국전력,한국석유공사 등 대형 공기업들도 각각 100명이 넘는 신입사원을 채용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업황 탓에 취업문을 좁히는 업종도 많을 전망이다. 인크루트는 △제약 △기계 · 철강 · 조선 △물류 · 운수 △전기 · 전자 △정보기술(IT) 등의 취업문이 좁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단,IT업종에서는 구글의 모토로라 휴대폰 사업 인수 등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글로벌 IT업계의 변화와 맞물려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채용이 늘 것으로 보인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