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로 예정됐던 SM타운 공연이 일본 대지진 여파로 이제서야 열렸습니다. 단일 K팝 공연으로는 사상 최대인 15만명을 동원했죠.이번 공연은 일본에 덜 알려진 샤이니와 f(x) 등을 널리 소개하는 통로로 활용했습니다. 우리 가수들에게 일본 팬들의 충성심이 나타나는 데 6개월 이상 걸리는 만큼 내년 실적이 훨씬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

한류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지난 2~4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SM타운 공연'을 이렇게 평가했다. 쓰나미(지진해일) 여파 등으로 주춤했던 K팝 열풍이 더 강해졌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본 유니버설,EMI 등과 계약해 가수들의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는 데 주력해왔다.

SM의 상반기 매출은 405억원,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세를 나타냈다.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를 잇는 슈퍼주니어와 샤이니,f(x) 등의 활동이 늦춰진 탓이다.

"이번 공연 성공에는 일본에 없던 아이돌그룹의 댄스음악을 선보인 동방신기의 역할이 컸습니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흥겨운 멜로디로 일본인들에게 새로운 음악의 장을 열어줬거든요. 소녀시대 샤이니 슈퍼주니어 등은 저마다 약간씩 다른 음악과 춤을 보여줍니다. 아이돌그룹의 댄스음악은 틈새시장에 그치는 게 아니라 메인스트림의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죠."

3조원으로 추산되는 일본 음반 렌털시장에서 K팝이 주류로 올라선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일본에서 음반과 영상물 등을 대여하는 쓰타야(Tsutaya) 체인점에서 K팝은 올 들어 장르별 최고 렌털 실적을 거뒀다. 타워레코드에서 새 앨범 한 장이 2000~3000엔이지만 쓰타야에서는 200~300엔에 빌릴 수 있다.

"지난 6월 유럽 공연 이후 각국에서 K팝이 더 강해졌습니다. 샤이니가 파리에 이어 런던에서 공연했을 때 유럽 음악인들에겐 큰 충격이었지요. 유럽에는 아이돌그룹을 기획해 훈련시키는 시스템이 없으니까요. 유럽 레코드 레이블들이 '보이밴드'를 함께 만들자고 제안해왔습니다. 오디션을 통해 역량있는 신인을 발굴하고 트레이닝을 거쳐 프로로 만들자는 거죠."

그는 한국식 아이돌 육성 시스템은 다른 나라에선 실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보이밴드 하나를 키우려면 최소 200억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팀에 20억원 정도 소요되지만 10개 팀을 육성해야 한 팀을 건질 수 있다.

"그런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것은 한국식 오너십 체제에서만 가능합니다. 주주들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분산돼 있는 미국과 일본,유럽 등에서는 투자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겁니다. 그래서 한국 아이돌그룹의 음악이 경쟁력이 있지요. K팝은 적어도 5년 이상 성장할 것으로 봅니다. "

그러나 K팝의 영역과 범주는 달라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중국인이 작곡하고 중국인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중국시장에 내놓을 겁니다. "

도쿄=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