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서울 도심개발 당시 청계천 영등포 등의 철거민들이 재정착한 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40여년 만에 개발된다. 전면 철거가 아니라 기존 주거지 보존과 고층아파트 건립을 병행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중계본동 30의 3 일대 백사마을 주택재개발구역 18만8899㎡ 중 23%인 기존 주거지 4만2000㎡를 보존구역으로 지정,백사마을 정취를 살리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정비계획안을 수립했다고 5일 발표했다.

보존구역에는 기존에 있던 집 골목길 계단길 작은마당 등의 원형을 그대로 살릴 계획이다. 354가구의 노후 · 불량주택은 기와 등 외부 형태는 가급적 살리되 내부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임대아파트 입주대상 세입자(750가구) 중 희망자와 인접지역 재개발 임대아파트 거주자 등이 살게 된다.

보존구역 뒤편 9만9900㎡는 개발 부지로 지정해 1610여가구의 분양 아파트를 짓게 된다. 2009년 5월 정비계획 당시 1461가구보다 149가구 늘어 사업성이 향상됨에 따라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했다.

재개발 사업은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아 분양아파트를 짓는다. 보존구역 부지는 SH공사가 사들여 리모델링한다. 주민공람 등을 거쳐 정비계획이 연말까지 확정되면 내년 사업시행인가를 얻을 전망이다. 사업은 2016년 말 완공 예정이다. 서울시는 백사마을 개발이 끝나면 각계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역사교육장，영화촬영지，관광지 등으로 활용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백사마을은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였다가 2008년 1월 해제된 후 2009년 5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구역 지정 당시 아파트 건립 위주의 전면 개발이 계획됐으나 서민 주거지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서울시가 보존과 개발을 병행하는 정비계획을 마련했다.

김효수 주택본부장은 "백사마을은 주거지 보존 방식의 첫 재개발 사업"이라며 "골목길과 낡은 주택 등 1960~1970년대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동네로 남게 돼 근현대사 도시문화 유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