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조선사들이 유조선 공급 과잉으로 도미노 파산 위기에 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 "석유소비 증가율보다 훨씬 가파르게 신규 유조선이 공급되면서 유조선 운영사의 수익성 악화가 심해졌다"며 "이에 따라 중소 업체부터 대형 업체까지 유조선사의 연쇄파산 위험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중동 걸프해역에서 동아시아까지 운항하는 유조선의 하루 운임료가 최저 1795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세계 최대 유조선 운영사인 프런트라인이 제시한 손익분기점인 하루 2만9800달러에 비해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운항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유조선 업계가 불황에 처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 발주된 신규 유조선이 시장에 쏟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해운업계에 공급되는 유조선 숫자는 전년 대비 14% 늘어날 전망이다. 내년에도 9%나 유조선 수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글로벌 석유 소비는 올해 전년 대비 1.3% 늘어나고,내년에도 1.8%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전망마저 제기되면서 향후 석유 수요 증대에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 유조선사부터 파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나스닥 상장사인 오메가내비게이션과 마르코폴로시트레이드 등 중견 유조선사 상당수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여기에 키프로스 소재 오션탱커는 상반기 중 매출은 977만유로에 불과했던 반면 1960만유로의 손실을 기록했다.

FT는 연쇄도산의 불똥이 조만간 대형 유조선사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글로벌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지난주 뉴욕증시에 상장된 대형 유조선 운영사 제너럴매리타임의 신용등급을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급 바로 위인 Caa3로 강등하며 우려를 키웠다.

옌스 마르틴 옌센 프런트라인 최고경영자(CEO)는 "항구에서 배를 놀리지 않으면서도 연료비를 절감하기 위해 일부러 배를 천천히 운항하며 경영난을 버티고 있다"며 "조만간 대형 업체들의 도산 소식도 들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