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미친 전셋값' 대책 정밀한 보완을
전셋값 상승 추세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의 자료에 따르면 8월 중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52% 올라 7개월 만에 다시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66㎡ 이하의 소형아파트 전셋값은 0.73% 올라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승 추세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전세 만기가 돌아오는 세입자들을 더욱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정부는 지속적인 전셋값 급등과 월세 전환 추세에 대응해 '8 · 18 임대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주지하다시피 이 대책의 골자는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稅制) 감면 혜택을 확대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민간에 의한 임대주택의 공급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으므로 단기적으로 전세 공급 물량의 확대에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때마침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택 담보 융자를 제한하는 조치가 실시돼 자가주택 구입 수요가 임대주택 수요로 전환됨으로써 전셋값 상승을 오히려 부채질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따라서 악화일로에 있는 전셋값 상승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주택임대차 재계약시에 전셋값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인상하지 않거나 월세로 전환하지 않는(혹은 낮은 월세 전환율을 적용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금융이나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 사실 최근에는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도 없는 데다,투자처가 마땅치 않아 월세로 전환하거나 과도한 전셋값 인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임대사업의 위험에 상응하는 실질 수익률을 확보해 준다면 집 주인도 굳이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세입자도 새로운 전세주택을 찾아 나서지 않을 것이다.

둘째로 전세 수요를 축소 내지 분산시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즉 전세 수요를 자가(自家) 수요로 전환토록 유도해야 한다. 자가주택의 취득을 좀더 쉽게 하도록 세입자가 자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융자를 확대하고 금리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지역적으로 전세 수요를 갈라져 흩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일자리 분산과 교통 인프라 개선도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아울러 재건축과 재개발 일정을 최대한 조정해 이주(移住)로 인한 임대 수요의 발생을 억제토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로 준공 후 미분양주택의 임대주택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 현재 미입주 신규 분양주택의 대부분은 잔금 처리가 안 된 것들이다. 임대로 돌려지는 미입주 주택과 재고주택에 대해서는 일정기간 임대를 조건으로 중간금융 공급 확대를 실시하며,미분양(혹은 임대주택) 펀드와 도시형 생활주택의 경우에는 일정 수준 이하의 월세를 유지하는 조건으로 임대소득에 대한 파격적인 세제감면을 한시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도심재개발 과정에서의 저렴한 소형 임대주택 재고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는 개발용지가 고갈됨으로써 재개발을 통한 소형주택 공급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재건축 · 재개발 사업의 추진구조상 중대형을 늘리지 않을 수 없으므로 소형주택의 공급에 상응하는 획기적인 인센티브(예컨대 세입자 이주율이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혹은 소형주택 공급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경우 분양가 상한제 완화나 재건축부담금 완화)를 부여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길게 보면 우리나라의 임대주택 시장은 기대자본차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구조적 전환 과정에 있다. 이런 전환 과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소득계층별,지역별,유형별,평형별 시장수급 분석에 입각해 금융,세제,건설을 아우르는 보다 종합적이고 정교한 정책이 수립 · 시행돼야 할 것이다.

조주현 <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 /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