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가 고향인 한 지인은 올 추석에도 어김없이 고향을 찾는다. 바쁘면 한번쯤 건너뛸 만도 한데 그건 그에게 살을 에는 고통이다. 아름다운 산하,익숙한 것들과의 재회를 통해 도시의 팍팍한 세월을 견뎌낼 에너지를 충전하기 때문이다.

담장 아래 핀 호박꽃의 넉넉한 미소,미풍에 좌우로 몸을 떠는 강아지풀의 애교를 대하다 보면 켜켜이 쌓인 마음의 응어리는 봄눈 녹듯 풀어져버린다고 하니 그에게 고향은 마음의 보약인 셈이다.

원로 화가 강연균 씨(69)는 도시가 산업발전이라는 허울 좋은 옷을 갈아입고 화단(畵壇)이 수많은 외래 사조에 휘둘리는 동안 수채화를 매개로 묵묵히 농촌의 삶에 천착해 온 작가다.

그의 따뜻한 시선을 통해 소박한 농촌의 삶과 소소한 일상은 서정성을 띠게 되며 진한 감동의 대상이 된다. '못난이 꽃' 호박꽃도 그의 붓끝을 타는 순간 그리움을 환기하는'꽃 중의 꽃'이 된다. 동구 밖으로 마중 나온 어머니의 모습 뒤로 올해도 호박꽃은 그대를 향해 정겹게 미소 지으리라.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