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제3자로 밀려난 강정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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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몰린 적은 처음입니다. " 주말인 지난 4일 제주 강정마을 주민 윤모씨(69)는 "외지인이 넘쳐나면서 마을이 해군 기지문제로 전국 명소가 됐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외부인' 1000여명이 다녀갔다. 서울과 광주 등지에서 파견된 800여명 등 경찰도 1300여명이 진을 쳤다. 강정마을 700가구,1400여명의 주민보다 두 배나 많은 '외지인'이 몰린 것이다.
사람들이 몰리면서 민박집들은 7,8월 성수기 때보다 나은 특수를 누렸다. 한 민박집 주인은 "강정마을이 본격적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린 지난 10여일 동안 이용문의가 쇄도하면서 전화받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대기자가 밀리면서 방 돌리기에 바빴다"고 희색을 감추지 않았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지역 특성상 제주도는 평소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곳이다. 강정마을도 외지인들이 몰리면 신이 날 일이지만,이번엔 업소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마을 어귀의 몇몇 구멍가게들은 되레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큰 길가 유명 마트들엔 온종일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대부분의 영세점포들은 줄곧 파리만 날렸다. 한 가게 주인은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라 대형마트가 몸에 익고 편했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서운한 표정이 역력했다.
주민들도 바깥 출입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생활에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공사장 인근 쪽으로 통행하려면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큰 길가는 물론이고 골목길까지 빼곡히 들어찬 외지인의 차들도 통행에 불편을 줬다. 주민 김모씨(58)는 "민감한 시기에 행여 괜한 오해라도 받을까봐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평화롭던 마을이 해군기지 문제로 이웃 간에 서로 반목하는 등 인심이 흉흉한 마을로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해군기지 문제의 1차적인 이해당사자는 주민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마을에 들어선 경찰과 해군기지 반대 시위대들 사이에서 주민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제3자로 밀려난 분위기였다. 그동안 주민들은 왜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하는지,또 건설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주민들 스스로도 "박사가 다 됐다"고 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가려져버린 현실이 안타까웠다.
최성국 제주/지식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
사람들이 몰리면서 민박집들은 7,8월 성수기 때보다 나은 특수를 누렸다. 한 민박집 주인은 "강정마을이 본격적으로 매스컴에 오르내린 지난 10여일 동안 이용문의가 쇄도하면서 전화받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대기자가 밀리면서 방 돌리기에 바빴다"고 희색을 감추지 않았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지역 특성상 제주도는 평소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는 곳이다. 강정마을도 외지인들이 몰리면 신이 날 일이지만,이번엔 업소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마을 어귀의 몇몇 구멍가게들은 되레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큰 길가 유명 마트들엔 온종일 손님들로 북적거렸지만 대부분의 영세점포들은 줄곧 파리만 날렸다. 한 가게 주인은 "대도시에서 온 사람들이라 대형마트가 몸에 익고 편했을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 말했지만,서운한 표정이 역력했다.
주민들도 바깥 출입이 여의치 않게 되면서 생활에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공사장 인근 쪽으로 통행하려면 경찰의 검문을 받아야 했다. 큰 길가는 물론이고 골목길까지 빼곡히 들어찬 외지인의 차들도 통행에 불편을 줬다. 주민 김모씨(58)는 "민감한 시기에 행여 괜한 오해라도 받을까봐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며 "평화롭던 마을이 해군기지 문제로 이웃 간에 서로 반목하는 등 인심이 흉흉한 마을로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해군기지 문제의 1차적인 이해당사자는 주민이다. 하지만 최근 며칠간 마을에 들어선 경찰과 해군기지 반대 시위대들 사이에서 주민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은 제3자로 밀려난 분위기였다. 그동안 주민들은 왜 해군기지를 건설해야 하는지,또 건설해서는 안 되는지에 대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주민들 스스로도 "박사가 다 됐다"고 할 정도다. 그러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는 가려져버린 현실이 안타까웠다.
최성국 제주/지식사회부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