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etter life] 외벌이 부부 포트폴리오…아내에게만 맡기지 말고 부부가 지출 관리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혼 연령은 남성이 평균 31.8세,여성이 28.9세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초혼 연령이 2~3년 높아졌다. 문제는 초혼 연령이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 원인으로는 학업 연장이나 여성들의 사회 진출 확대,사회적 인식 변화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적인 원인을 빼놓을 수 없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대학 졸업이 늦어지고 소득 활동 시기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주택 가격을 포함한 물가가 치솟으면서 미혼이나 신혼부부 모두에게 경제 문제가 최대 현안이 되고 있다. 막 결혼한 외벌이 신혼부부라면 재무설계가 더욱 중요해졌다. 재무설계를 일찍 할수록 노후는 편안해진다.

◆지출 관리는 부부가 함께 하라

외벌이 신혼부부에 대한 재무설계의 기본은 지출 관리다. 부부가 함께 짜보는 것이 중요하다. 상담 과정에서 남편이 월 소득을 배우자에게 아예 맡겨버리는 사례를 많이 봤다. 아내가 지출 관리를 도맡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몇 개월 지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남편 소득이 많지 않아 생활비가 빠듯하다고 하소연한다. 남편이라고 할 말이 없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벌어다 준 돈을 어떻게 썼느냐며 역정을 내기 일쑤다.

책임은 부부 모두에게 있다. 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 및 지출을 부부가 공동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매달 발생하는 총 소득과 총 지출에 대해 부부가 함께 매월 말 결산해보자.

아직 자녀가 생기지 않았다면 소득의 50~60% 이내로 지출을 억제해야 한다. 일단 아이를 낳으면 지출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나머지로는 저축이나 투자,대출 상환 등을 할 수 있다. 저축 및 투자 비중은 30% 이상으로 높일 것을 권장한다.

보장성 보험은 꼭 들어둘 필요가 있다. 다만 전체 보장성 보험료가 소득의 9%를 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과도한 빚을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매달 갚아 나가는 대출 원리금은 소득의 15% 이내가 적당하다.

◆소득을 대출 상환에 올인해서는 곤란

신혼부부들은 결혼 초기에 큰 빚을 내는 경우가 많다. 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세자금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택뿐만 아니라 결혼자금이 부족해 대출을 받기도 한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 대출을 갚기 위해 모든 잉여자금을 대출 상환에 올인하는 사례를 적지 않게 접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대출을 현실적으로 어느 정도 기간에 상환할 수 있는지 장기 플랜을 세워야 한다.

잉여자산 대부분을 대출 상환에 투입하면 유동성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굳이 목돈이 아니라도 출산 비용이나 아기 돌잔치,부모님 병원비 등이 급히 필요하면 또다시 대출을 내야 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상당액의 대출을 받고 있는 사람이라면 저리 대출을 또 받을 수 없어 고금리 신용대출에 의존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다. 현금 자산을 어느 정도 확보하고 대출 상환 기간을 가급적 길게 유지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남는 돈 저축' 생각 버려야

외벌이 신혼부부의 가계소득은 맞벌이보다 훨씬 적다. 그렇다고 생활비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외벌이 신혼부부들의 저축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결혼 전만 해도 각자 소득으로 별 부족함 없이 쓰던 지출 습관이 남아 있을 테니 가정을 꾸린 후에는 얼마나 힘들겠는가. 혼수를 장만하느라 사용한 신용카드 역시 큰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부부간 지출이나 저축,투자에 대한 계획이 뚜렷하지 않으면 소비가 일순간 늘어날 수 있다. 초과 지출로 인해 어느 순간 큰 빚을 질 수도 있다.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저축 · 투자가 우선'이란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이는 신혼부부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부분이다. 쓰고 남은 돈을 저축하려면 힘들다. 저축을 하고 남은 금액으로 소비를 하려고 노력하자.

◆부부의 인생계획을 세우자

결혼은 전혀 다른 삶의 양식을 가진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춰가는 과정이다. 서로 다른 가치관을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에 재무적인 목표를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

자녀 출산과 교육비,주택 구입과 확장,은퇴 후 생활비 등 조금만 멀리 생각해도 다가올 파도가 너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돈을 모아야 할 분명한 이유(재무목표)를 얘기하고 목표를 공유하자.언제쯤,얼마만큼의 자금이 필요한지 생각해야 한다. 우선 순위를 정해 저축과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재무목표 기간이 2년 미만이라면 단기로 볼 수 있다. 3~7년이라면 중기,7년 이상은 장기 목표로 분류할 수 있다. 각 기간에 맞는 금융상품을 선택해야 함은 물론이다.

단기 재무목표는 주로 출산준비금이나 전세보증금 인상분 등이다. 은행에서 정기적금과 예금,MMDA(수시입출금식 저축성 예금)를,증권사에서 CMA(종합자산관리계좌)나 원금보장형 ELS(주가연계증권),채권혼합형 펀드 등을 가입할 수 있다.

중기 목표는 차량 구입 · 교체,부모님 회갑이나 칠순,주택 구입 · 확장 등을 들 수 있다. 은행에서 장기주택마련저축이나 청약저축을,증권사에서 주식형 또는 주식혼합형 적립식 펀드,랩어카운트,신탁상품 등에 가입할 것을 추천한다.

행복한 노후를 위해 장기 목표도 반드시 세워놔야 한다. 은퇴 후 생활비와 자녀 대학 등록금 등을 위해서다. 증권사에서 장기채권과 연금펀드,보험사에서 변액유니버셜이나 변액연금,연금저축 등을 가입하면 좋다.

◆청약저축과 실손보험은 필수상품

외벌이 신혼부부에게 꼭 맞는 금융상품이 여럿 있다. 먼저 CMA를 들 수 있다.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통장에 비해 금리가 훨씬 높다. 연 2.5~3%포인트의 이자를 더 쳐주는 게 보통이다. 남편의 급여통장과 별도로 예비비를 모아 운용할 수 있는 통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 펀드나 주식 같은 투자상품을 이용할 때 필요한데,가까운 증권사에서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

주택을 구입해서 신혼을 시작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청약종합저축은 필수 가입 상품이다. 매달 납입 횟수에 따라 청약 순위가 정해지기 때문에 가급적 오래 납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달 납입액이 10만원을 넘지 않도록 한다.

비과세 장기 저축성 보험도 좋은 금융상품이다. 외벌이 가장이라면 소득공제를 목적으로 하는 연금저축이나 연금펀드에 가입하기보다 10년 이상 유지할 때 비과세 혜택을 주는 장기 저축성 보험이 낫다.

질병이나 사고는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 실손보험은 실제 지불한 비용을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보장해준다. 보험료가 비싼 종신보험보다 실손보험 위주로 준비하는 게 좋다.

이수원 포도재무설계 삼성지점 상담사 2isone@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