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화재 주식을 담보로 300억여원을 동부인베스트먼트에 추가 지원하기로 했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동부하이텍 지원을 위해 설립된 회사다.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회장과 장남 남호씨는 동부화재 주식 72만주(322억원)를 동부인베스트먼트에 대여했다. 대여 물량은 김 회장 12만5000주,남호씨 59만5000주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이 주식을 담보로 금융권에서 자금을 대출받을 계획이다. 이 돈은 기존 저축은행 대출금을 상환하거나 이자를 갚는 데 사용할 예정이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최근 저축은행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이자를 올려 달라고 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라 미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김 회장이 주식을 추가로 대여했다"고 설명했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김 회장이 동부하이텍 정상화를 위해 35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2009년 11월 설립된 특수목적회사다. 설립 이후 김 회장이 가진 동부그룹 계열사 주식을 담보로 토마토,하나로,현대스위스 등의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았다. 이 때문에 높은 이자를 부담해야 해 재무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년 1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83억원의 순손실을 낸 것도 이자비용이 199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동부인베스트먼트는 설립 첫해인 2009년 18억원의 손실을 낸 데 이어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동부인베스트먼트가 동부하이텍 지원을 위해 설립된 만큼 김 회장이 주식을 추가로 대여한 것은 결국 동부하이텍을 추가 지원하는 셈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김 회장 개인 지분을 담보로 빌려준 만큼 회사에 미칠 영향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동부하이텍 정상화까지는 추가로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주가에는 부담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날 증권시장에서 동부하이텍 주가는 6.16% 하락했다. 동부CNI가 6.88% 떨어진 것을 비롯해 동부제철(-4.95%) 동부화재(-2.83%) 등 대부분 동부그룹 계열사들이 약세를 보였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