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의 눈과 귀가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다. 안 원장은 국민일보와 여론조사기관인 GH코리아가 지난 3일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36.7%의 지지율로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한명숙 전 총리를 압도했다. 중앙일보가 10명의 예비후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39.5%의 지지율로 타후보들을 압도했다.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당혹감을 넘어 패닉 상태다. 가히 '안철수 신드롬'으로 부를 만한 분위기다. 안 원장을 둘러싼 열 가지 궁금증을 뽑아 정리해봤다.


◆ 안철수는 누구인가? 의사→컴퓨터 백신 전문가→사업가→교수→?

안철수 원장은 1962년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동성초등학교,부산중앙중학교,부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서울대에서 석사 ·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27세에 최연소로 단국대 의대 학과장을 맡았다.

박사과정 중 컴퓨터 바이러스를 발견,1988년 'V1'이라는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컴퓨터 백신'이라는 개념을 세상에 알렸다. 특히 1991년 군입대 전날 '미켈란젤로'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V3'를 만든 뒤 막상 가족에게는 입대 사실을 알리지 않은 일화는 유명하다.

제대 후 1995년 3월15일 회사를 창업해 개인에게 백신을 무료 보급하고 기업들에만 사용료를 받아 기업을 운영했다. 초기 사업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1999년 체르노빌 바이러스 사건으로 백신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흑자로 전환했다. 2005년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고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를 취득했다. 2008년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KAIST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있다가 지난 6월부터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1) 왜 안철수인가? 기존 정당구조 위기 드러낸 것

김수진 이화여대 정치학과 교수는 "최근 한 달 사이에 서울시장 사퇴와 교육감 선거법 위반 혐의 등이 불거지면서 정치권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지자 참신한 이미지의 안 원장이 그 틈을 파고든 것 같다"고 분석했다.

1차적으로 유권자들이 비정치권 인사를 선호하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여기에 의사,컴퓨터 전문가,경영자,교수 등 일반 정치인과 전혀 다른 경력을 밟아온 안 원장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최정욱 건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성 정당에 대한 불만이 높아질 때마다 정치인과 다른 스타일의 기업인들이 주목 받아오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신드롬'이 태생적으로 정치적 혐오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는 시각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원장이 갖고 있는 탈정치 이미지는 마치 '여의도 정치'를 혐오하는 이명박 대통령을 연상시킨다"며 "행정에서도 갈등을 조정하는 부분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만큼 정치를 비판할 수는 있지만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2) 젊은층이 열광하는 이유는? 각종 강연통해 20~30대 우상으로

안 원장의 가장 강력한 지지세력은 20~30대 젊은이들이다. 가장 존경하는 최고경영자(CEO),멘토로 삼고 싶은 사람,호감가는 기업인 등을 뽑는 각종 설문조사에서 수년째 젊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지지는 안 원장이 그동안 해온 발언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는 "사회가 학생들의 강한 도전정신을 받아들이지 않고,안전 지향적인 선택을 하도록 더 큰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 문제"라는 등의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기업인으로서는 국내에서 드물게 높은 도덕성을 가진 인물로 손꼽히는 데다 차분하고 지적인 이미지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는 평이다.

젊은층에서 '무당파' 비중이 높다는 것도 한 이유다. 기존 정당과 다른 새롭고 신뢰할 만한 후보자를 바라는 유권자의 바람이 투영됐다는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과 교수는 "안 원장은 국내 최고 정보기술(IT) 전문가이면서도 백신을 무료로 제공하고 회사를 외국 기업에 팔지 않는 등 사회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3) 영향력 어떻게 키웠나? 청춘콘서트로 정치적 가능성 모색

안 원장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유명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존 도어의 강연을 들었던 일화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는 "강단에 서서 말하는 대신 무대에 마련된 소파에 강연자와 게스트가 앉아 담소를 나누는 형식이 인상적이었다"며 "한국에 돌아가면 그런 형식의 대담 강연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09년 한국리더십센터에서 리더십 강연을 제안받고 대담 강연을 시작하게 됐다. 파트너로 방송 경험이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 원장을 선택했다. 2009년 10월 이화여대에서 첫 강연을 할 때는 청춘콘서트란 이름이 붙지 않았다. 당초 한 차례만 강연하고 끝낼 생각이었지만 강연 도중 박 원장이 지방대학을 돌면서 강연할 생각이 없냐고 즉석에서 질문을 던졌다. 안 원장은 "공개석상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데 안 한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조대엽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춘콘서트는 새로운 시민 정치운동의 한 양식"이라며 "이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국민들이 그의 정치적 가능성을 높게 산 것"이라고 분석했다.


(4) 진보인가 보수인가?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눠야" 주장

안 원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나설 수도 있음을 밝히자 계산이 복잡해진 쪽은 야당 측이었다. 오세훈 전 시장의 사퇴로 선거의 주도권을 잡았다고 생각한 민주당 측에서 안 원장이 자신들의 표를 나눠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 원장을 진보 인사로 분류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조국 서울대 교수는 4일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원장 주변 인물 다수는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고 친한나라당 성향을 가진 분들"이라며 "대중들이 환호하는 이유는 그가 진보,보수이기 때문이 아니라 안철수의 인격이나 신망에 기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작 안 원장 자신은 강연에서 "보수와 진보가 아닌 상식과 비상식으로 나눠야 한다"는 뜻을 공공연히 이야기해왔다. 기존 보수와 진보의 틀이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하겠다는 것이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기존 보수와 진보를 능가할 수 있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2030 온건진보층 등의 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5) 주요 인맥은? 박경철 · 김종인 등 멘토 300여명

아직 공식적으로 갖춰진 조직은 없지만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인맥을 갖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4일 "내 멘토는 300명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원장이 본격적으로 정치 행보를 시작하면 이들이 원군이 될 전망이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만난 사람들이 인맥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박경철 씨 외에 방송인 김제동 씨와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배우 김여진 씨 등도 청춘콘서트를 인연으로 안 원장과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청춘콘서트 게스트로 출연한 사람들은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최상용 전 주일대사,박웅현 TBWA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박재승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이 있다. 한때 청춘콘서트 기획자로 잘못 알려졌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청춘콘서트에 출연했다.

공식적으로 청춘콘서트 주최는 평화재단 산하 평화교육원이다. 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을 비롯해 한나라당에서 의원을 지냈던 김홍신 씨,백승주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권영경 통일교육원 교수 등이 이사로 재직 중이다.


(6) 대중적 인기 배경은? 백신 무료 배포로 인지도 높여

안 원장은 1988년 후배가 가져온 컴퓨터 바이러스에 감염된 플로피 디스크를 치료하기 위해 '백신Ⅰ'을 만들었고 이를 무료로 배포했다. 악명을 떨쳤던 예루살렘 바이러스,미켈란젤로 바이러스 등을 막을 수 있는 백신을 만들어 공개했다.

1995년 회사를 세우고 나서도 개인 사용자들에게 무료 백신을 보급하는 일은 그만두지 않았다. 충분히 유료화가 가능한데도 무료 보급이라는,쉽지 않은 선택을 한 데 대해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의사란 안정적 직업을 포기하고 컴퓨터 바이러스 전문가라는 생소한 직업을 택했다는 점도 대중적 인기를 불러일으킨 요인이었다.

인지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 것은 2009년 6월 MBC 토크쇼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면서다. 당시 전 국민의 20%가 이 프로그램을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재열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드라마틱한 이력과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이 안 원장의 강점"이라며 "여기에 변화를 원하는 대중들의 정서가 결합해 신드롬 수준으로 확산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7) 사업가로선 성공했나? 국내선 1위…해외 경쟁력 약해 매출 3년째 '제자리'

안철수硏 세워 국내 보안시장 개척 공로 - 세계 무대선 20위권 밖…돌파구 못찾아

'안철수'라는 이름 석 자를 알린 것은 누가 뭐래도 국내 1위 보안업체 안철수연구소다. 코스닥 상장 기업인 데다 사명에 개인 이름을 붙여놓아 웬만한 주식투자자들의 귀에도 익숙한 편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은 그동안 대기업들의 경영 행태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나서면서 많은 중소 · 벤처 기업들의 호응을 얻었다. 최근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선 "한국 대기업들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갖춘 글로벌 기업의 하도급 업체로 전락하는 시대가 왔다"며 "국내 대기업들은 빵집 밥집까지 계열사로 거느리면서도 소프트웨어 회사를 계열사로 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이 같은 발언에 불쾌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기업을 제대로 키우지도 못했고 글로벌 경영과도 거리가 먼 사람이 함부로 국가 경쟁력을 들먹인다"는 식의 냉소적 반응도 있다. 벤처업계 일각에서도 "도대체 안 원장이 기업인으로서 보여준 게 뭐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제법 있다.

◆성장세 둔화

안철수연구소의 지난해 매출은 697억원으로 국내 보안업체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체를 통틀어도 상위권에 속한다. 하지만 매출의 절대 규모나 성장성 등을 놓고 보면 '이름값'을 못한다는 평가가 많다.

이 회사의 매출은 3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2008년 660억원,2009년 694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도 700억원 선을 넘어서지 못했다. 순이익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순이익은 144억원으로 2006년의 146억원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직원들의 급여도 다른 IT업체에 비해 낮은 편이다. 지난해 직원들의 연평균 급여액은 4218만원으로 NHN(7392만원) SK C&C(6100만원) 등에 미치지 못했다.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는 사회에서 기업이 발전하길 기대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대기업들이 제 가격을 쳐주지 않고 수시로 인력을 빼가는 것도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 안주

하지만 안철수연구소가 좁은 내수시장에만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이 많다. 척박한 국내 소프트웨어산업 환경만 탓할 뿐,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셧다운제' 등의 갖가지 규제에 시달리면서도 해외시장 개척을 통해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둔 넥슨 엔씨소프트 등과 대조적이라는 얘기도 있다.

게다가 안철수연구소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2008년 8.3%였던 전체 매출 대비 해외 매출 비율은 2009년 12.2%까지 늘어났지만 지난해 4.5%로 급감했다. 올해 1분기를 기준으로 하면 2.9%에 불과하다.

한 보안업체 관계자는 "안철수연구소가 가장 강점을 보이는 분야는 악성코드 분석과 이를 기반으로 하는 안티바이러스 제품"이라며 "하지만 다른 분야에서 그만큼 경쟁력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제품 경쟁력도 의문

올 3월 안철수연구소의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인 'V3 365'와 'V3 lite'를 쓰는 사용자들을 당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다. 윈도 운영체제의 시스템 파일을 바이러스로 착각해 이를 삭제했던 것.지난해 1월에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행정 프로그램 파일을 악성코드로 오진해 전국 민원서류 발급 업무가 일시 마비된 적도 있었다. 현대캐피탈과 네이트 해킹 사건 때도 안철수연구소가 일부 보안 업무를 담당했다.

이에 따라 이 회사가 과연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느냐에 대해선 의구심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제대로 된 시큐리티 대응센터(ASEC)와 비상 대응팀(CERT)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안철수연구소가 유일하다"면서도 "하지만 세계로 눈을 넓혀보면 20위권 밖"이라고 말했다. 실제 안철수연구소는 연간 매출의 25~30%가량을 연구 · 개발(R&D)에 투자한다. 하지만 세계 최대 보안업체인 시만텍의 지난해 매출이 59억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R&D 투자는 조족지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8) 경제관ㆍ기업관은? "기업 목적이 수익 창출이라는 명제에 의문"

안철수 원장의 경제관에 대해선 뚜렷이 알려진 것이 없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관계 정도를 제외하고는 각종 정부의 정책에 대해 의견을 표출한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안철수 연구소를 창업했고 포스코 등 대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한 내용 등에 비춰볼 때 시장경제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원장은 특유의 깨끗한 이미지를 앞세워 정부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취해왔지만 사실 그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했지,어떤 가치관을 드러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2005년 안철수연구소 CEO에서 물러나면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자신만의 기업관을 들여다볼 수는 있다.

당시 안 원장은 "창업을 하면서 기업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라는 명제에 의문을 품었다"며 "수익 창출이 목적이 되다 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게 되고,이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기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기업의 목적인 영리 추구 자체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 같다는 지적이다.

안 원장은 또 최근 순천대에서 열린 희망콘서트에서 사업을 시작하게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왜곡된 시장 구조로 척박한 환경이었지만 한국에서 정직하게 사업을 하더라도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경제 구조가 불합리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9) 노력가냐, 커리어 관리냐? 의학ㆍ공학ㆍ경영학 섭렵…성과는 미완성

안 원장은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박사학위를 받고 단국대 의대 학과장까지 지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나 의사로서 한평생 남부러울 것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는 의사 자리를 박차고 나와 1995년 안철수연구소를 창업했다. 창업 직후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공학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 회사 대표직을 내놓은 뒤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2008년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의학박사에 공학석사,경영학석사 등 다양한 분야의 공부를 한 그가 노력형 스타일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거꾸로 특별한 성과를 낸 적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기업가로서 크게 성공을 거둔 것도 아니고 학자로서도 주목할 만한 연구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 입문을 위해 '커리어 디자인'에 골몰한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많은 노력을 한 것은 맞지만 어디서도 성공을 거두지는 못한 인물이 안 원장"이라며 "그의 이런 아마추어적인 모습이 오히려 일반 대중에게 좋은 이미지로 비춰진다는 것이 아이로니컬하다"고 말했다.


(10) 왜 하필 서울시장인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주요 현안엔 침묵

IT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안 원장이 결국 정치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 때문에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왔을 때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 다만 왜 하필 서울시장이냐에 대해서는 지금도 논란이 많다.

그는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 직후 직접 이 사안을 설명했다. "서울시장은 국회의원과 다르게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 그동안 현실정치 참여 기회가 많았는데도 계속 거부 의사를 보였던 것은 '한 사람이 바꿀 수 없다'는 일종의 패배의식 때문이었다"는 설명이었다.

안 원장의 발언을 보면 국회의원과 시장의 역할이 크게 다르다고 생각한 것 같다. 그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2년째 진행하고 있는 '시골의사' 박경철 씨는 "서울시장은 정치보다는 행정에 더 가깝기 때문에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서울시장을 '정치인'이 아닌 '행정가'라고 인식하는 안 원장의 의식을 오히려 우려하고 있다. 손호철 서강대 정외과 교수는 "정치는 가치 판단의 문제이며 서울시장은 이것이 극대화되는 자리"라며 "예컨대 무상급식 문제는 정치적 판단에 관한 것이지 기술적,행정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안 원장은 그동안 정치적인 이슈보다는 주로 청년실업이나 IT산업의 문제 등에 대한 발언을 자주 해왔다. 창업을 경험한 입장에서 벤처산업의 척박한 환경에 대해 문제 제기도 많이 했다. 특히 "한국 벤처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업가 양성 시스템을 갖추고,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반면 우리 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값 등록금,반값 아파트,무상 급식,무상 보육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한 적이 없다.

임원기/이승우/심성미/이현일/허란/강영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