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미국과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이 그동안 무아마르 카다피의 리비아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4일 영국 선데이타임스에 따르면 트리폴리 소재 정보기관과 행정기관에서 발견된 문서를 통해 영국 정부가 카다피의 아들에게 특수부대 견학을 제안하고 논문에 대한 조언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영국 정부의 대테러 자문역을 맡고 있는 로빈 시어비는 2006년 토니 블레어 총리 내각에서 리비아 국방조정관을 지내면서 카다피의 아들인 카미스와 사디에게 비밀리에 초청장을 보냈다.

인권단체 등이 리비아 현지에서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시어비는 카미스와 사디에게 당시 마이크 잭슨 참모총장을 포함한 국방부 관리들과의 회담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영국 국방부는 실제로 카미스와 사디가 영국을 방문한 기록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블레어 전 총리는 당시 런던정경대(LSE)에 재학중이던 카다피의 차남 사이프 알이슬람에게 서한을 보내 사이프의 논문에 대한 조언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영국 해외정보기관 MI-6 등도 리비아 정보당국과 협력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4~2005년 당시 리비아 정보당국은 미국과 캐나다, 유럽에서 반(反) 카다피 활동을 벌이는 이슬람 급진세력의 정보를 요청했다.

서방 정보기관들은 그에 대한 대가로 테러조직 알카에다에 대한 정보를 리비아 측에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포터 고스 전(前) CIA 국장은 최근까지 무사 쿠사 리비아 전 해외정보국 국장과 접촉한 사실도 드러났다.

앞서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들은 미국 부시 행정부 당시 고문으로 악명높은 리비아에 8차례 이상 테러 용의자를 송환하고 미·영 정보기관은 리비아 반체제 인사의 정보를 제공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