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기업들이 잇단 불성실공시로 '신뢰 위기'에 빠졌다. '벤처정신'이 사라지고, 경영진들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만 팽배하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2일)까지 공시번복 등을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낙인 찍힌 곳은 모두 230여 곳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180곳이 코스닥 기업(거래소 54곳)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지난해 이 시장에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곳은 약 90곳. 이미 작년 수준을 두 배 가량 웃도는 수치다.

불성실공시법인들의 대표적인 위반사항은 공급계약 등 기존 계약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이를 번복한 사례가 가장 많았고, 계약금의 절반 이상이 변경되거나 합병비율이 바뀐 사례들도 빈번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시가총액이 크고 작은 곳들에 관계없이 주요 기업들의 거래정지와 증시퇴출이 매년 지속되면서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겉잡을 수 없이 커져 있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불신이 금융당국의 규제를 불러왔고, 투자자들이 스스로 시장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한국거래소 등 금융당국이 매년 '클린 코스닥'을 외치며 규제의 강조를 높이고 있으며, 올해는 급기야 소속부제도 개편이라는 '빅 카드'까지 꺼내들었다"면서도 "그러나 일부 경영진들의 모럴헤저드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코스닥 시장을 외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2008년 이후 코스닥 지수는 400~500선 안에서 '제자리 걸음'을 하며 오르지 못하고 있고, 우량기업들은 잇따라 유가증권시장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부 경영진들의 잘못으로 인해 코스닥 시장은 '규제의 덫'에 빠졌고, 투자자들이 이탈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코스닥 지수는 리먼사태 이후 횡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경제위기가 불거진 지난 8월 이후 거래량이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