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1967년 서울 도심개발 당시 청계천과 영등포 등에서 강제 철거로 이주한 주민들이 재정착한 서울 중계본동 ‘백사마을’이 40여 년 만에 개발된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18만8899㎡에 이르는 이곳의 재개발 사업은 전면 철거 방식이 아니라,고층아파트 건립과 함께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서민 주거지역의 정취를 살리는 주거지 보존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중계본동 30-3번지 일대 백사마을 주택재개발구역(18만8899㎡) 중 23%를 차지하는 전면부 4만2000㎡ 규모를 보존구역으로 설정해 기존 백사마을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정비계획안을 수립했다고 5일 발표했다.

보존구역에는 1960~1970년대 서민의 숨결을 그대로 간직한 집과 골목길,계단길,작은 마당 등의 원형을 그대로 살릴 계획이다.

백사마을은 1967년 도심 개발로 인해 강제 철거민들의 정착촌으로 형성된 곳으로 1971년 개발제한구역으로묶였다가 2008년 1월 해제된 후 2009년 5월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다.

백사마을은 2009년 5월 아파트 위주의 전면 개발 방식으로 지구단위계획 및 재개발 정비구역이 지정됐으나,서민 주거의 원형을 보존해야 한다는 사회 각계 의견이 제기되면서 서울시가 보존구역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정비계획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백사마을은 옛 서민 주택의 모습을 간직한 354가구의 저층 주거지와 1610여 가구의 아파트가 공존하는 형태로 개발될 예정이다.

우선 보전구역 뒤의 9만9900㎡ 규모의 개발 부지에는 1610여 가구의 분양 아파트가 들어선다.이는 2009년 5월의 정비계획 당시의 1461가구보다 늘어난 것으로 사업성이 향상돼 재개발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보존구역 내 노후·불량주택의 경우 안전과 거주성을 높이기 위해 기와 등 외부의 형태는 옛 모습을 가급적살리되 내부를 현대식으로 리모델링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계획이다.이곳에는 임대아파트 입주대상 세입자(750가구) 중 입주 희망자와 인접지역의 기존 재개발 임대아파트 거주자 등이 입주하게 된다.

서울시는 백사마을 개발이 완료된 이후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역사교육장,영화촬영지,관광지 등으로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백사마을 재개발 사업은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고 분양아파트를 건설한다.보존구역 부지는 SH공사에서 매입해 리모델링할 방침이다.이번 정비계획안이 주민공람 등을 거쳐 연말까지 정비계획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에 사업시행인가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재개발 사업은 2016년 말에 완공될 예정이다.

김효수 주택본부장은 “백사마을은 주거지 보전 방식의 첫 재개발 사업”이라며 “골목길과 낡은 주택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아날로그적인 1960~1970년대 서울의 옛 모습을 간직한 추억의 동네로 남게 돼 근현대사의 도시 문화유산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