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에 살면서 맞벌이를 하고 있는 30대 김모씨는 지난달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자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적금과 펀드를 5 대 5로 나눴던 패턴에서 펀드에 7을 투자하며 비중을 늘렸다. 장기 불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데도 김씨가 펀드 투자를 늘린 이유는 2008년 금융위기 때문이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고 주식시장 비관론이 극에 달하면서 적립식 펀드 수익률이 순식간에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김씨 부부는 불안에 떨면서 펀드 납입을 중단했다. 하락 시점에 추가 투자를 중단하자 펀드 수익률이 원점으로 돌아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자녀 앞으로 가입한 적립식 펀드는 투자를 중단하지 않았는데 손실도 빠르게 회복됐고 추가 수익까지 냈다.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김씨는 이번 경제위기에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게 된 것이다.

적립식 펀드는 일정 기간마다 일정 금액을 나눠 장기간 투자하는 펀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업이나 국가의 장기성장에 바탕을 두고 꾸준히 돈을 적립해 투자한다. 적립식 펀드는 목돈이 없어도 투자가 가능하며 한꺼번에 많은 돈을 투자해야 하는 타금융상품보다 투자위험이 낮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매일 급변하는 투자시장에서 저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고점에서 저점을 기다리는 시간을 얼마나 둬야 할지도 알기 어렵다. 적립식 펀드는 투자시점을 분산하면서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물론 수익이 운용실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만기 때 주가가 떨어지면 수익률이 떨어지고 최악의 경우에는 원금 손실도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른바 '몰빵'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평균 매입단가 효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높은 수익률 낼 수 있다.

적립식 펀드는 최근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는 정도는 펀드 전성기였던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이며 순유입도 추세적으로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펀드 자금 유입(설정)은 유출(해지)의 4배 수준"이라며 "유입 강도가 이 수준을 넘은 것은 '펀드 르네상스 시대'로 불렸던 2007년 7월과 11월 두 차례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현재 적립식 펀드 판매잔액은 전달보다 2810억원 늘어난 54조2528억원을 기록했다. 적립식 펀드 판매액은 지난 4월 52조6335억원에서 저점을 찍고 석 달째 늘고 있다. 자유 적립식은 2160억원,정액 적립식은 650억원이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장기투자상품은 개인연금 3억원,연금저축 459억원,장기주택마련저축이 32억원 늘었다.

특히 해외투자형 펀드는 2480억원 감소한 반면 국내투자형 펀드 규모는 5290억원 증가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투자형 펀드에 대한 인기는 단순히 미국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와 해외 투자에 대한 불안에 따른 반대 급부 현상이 아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비교해 볼 때 한국 경제는 3100억달러 수준의 안정적인 외환보유액과 아시아지역에서 10년 동안 재정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선진국에 의존하던 경제체제에서 신흥국가 수출비중이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으며 주가급락으로 한국 기업이익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이 8.1배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의 투자 가능성이 있다고 보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이 한국 시장의 투자매력도를 키우고 있으며 자본이 유입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적립식 펀드 판매잔액을 업권별로 보면 증권사는 1740억원,은행은 960억원,보험은 20억원 각각 증가했다. 적립식 펀드 판매 규모는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이 1~4위를 차지해 은행 창구를 통한 적립식 투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은 전체 적립식 펀드 판매의 48.75%를 담당하고 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5위와 6위에 올랐다.

최근 주식시장을 살펴보자.2009년 이후 국내 주식시장이 금융위기에서 조금씩 벗어나면서 이른바 차 · 화 · 정(자동차,화학,정유)을 중심으로 주가는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2010년과 올해 상반기까지 대표적인 주도주는 차 · 화 · 정 중심의 대표 종목들이었지만 최근 미국 경제위기가 불거지며 대표 종목들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럴 때는 KB자산운용의 KB 그로스 포커스 증권투자신탁(주식) 펀드 같은 상품도 고려할 만하다. 운용자산의 60% 이상을 저평가된 주식에 투자하며 성장성에 중점을 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고수익 추구를 목적으로 한다. 이를 위해 경기 둔화기에 시장 점유를 넓혀가는 기업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고 소비시장의 전반적인 확대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에 탄력적으로 투자하는 운용 철학을 가지고 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제와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따라 파생상품을 이용해 적절한 위험 관리를 병행하는 국민은행의 대표상품이다.

펀드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펀드의 특징을 알고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골라야 한다. 적립식 펀드 등에 손을 댈 때는 자신이 투자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생각으로 접해야 한다.

투자자들이 펀드에 투자할 때 저지르는 오류 중 하나는 빠른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착각과 환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2007년 중국 광풍으로 인해 차이나펀드가 마치 블랙홀처럼 시장의 돈을 빨아들였고 이후 실물자산 가격 상승으로 금펀드가 투자자들을 유혹하기도 했다. 물론 미래 가치가 크고 향후 가격 상승이 기대되는 시장과 자산에 돈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지만 투자에 있어 쏠림현상은 항상 주의해야 한다.

적립식 펀드는 가능성 있는 시장에 일정 기간 꾸준하게 투자하도록 하는 투자의 두 가지 기본원칙을 가능하게 해준다. 장기투자와 정기투자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행해야 할 하나는 분산투자다.

분산투자를 대표하는 말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아라'는 말이 있다. 이는 '위험'을 대상,종류,시기에 따라 분산해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상 지역에 대한 분산은 국내 주식형과 해외 주식형으로 나눌 수 있으며 투자 통화에 대한 분산은 달러,엔화,유로,위안화 등 다양한 통화에 분산투자함으로써 환율 변동성을 최소화하는 것을 말한다.

시장에 대한 장기적인 믿음을 갖고 지속적으로 투자하고,자산의 가격 상관계수를 감안한 적절한 분산 원칙을 더한 투자의 기본 3원칙을 지킨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기가 오히려 기회의 시기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정걸 KB국민은행 WM(Wealth Management)사업부 재테크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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