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업전문대생들은 '샌드위치' 신세입니다. 하지만 본인 하기에 따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지요. "

LG전자 사장에서 교육자로 변신한 박문화 연암공업대 총장(61 · 사진).지난달 30일 학교로 첫 출근한 박 총장은 취임 일성으로 '샌드위치론 극복'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샌드위치'는 고졸 출신과 4년제 대학 졸업생 틈바구니에 끼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전문대생 처지를 비유한 것.

박 총장은 "2년제인 전문대생은 4년제 대학 졸업자 대우도 못 받고 그렇다고 최근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는 고졸 출신처럼 채용도 늘지 않고 있다"며 전문대생의 어려움을 지적했다.

그는 하지만 "공업전문대 출신이 일반 공대생보다 실무 적응력이 뛰어나고 공고 졸업생보다 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며 "공업 전문대생이야말로 스마트 시대에 맞춤인력으로 크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업 전문대 출신이 대우받을 수 있도록 총장으로 있으면서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도전정신을 심어주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총장은 30여년간 LG전자에 근무하면서 창의력과 도전정신의 중요성을 터득했다. 1975년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2004~2006년 LG전자 휴대폰사업을 총괄하는 MC사업본부장을 지냈다. MC사업본부장 시절 그가 가장 주력한 것은 직원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LG전자는 2005년과 2006년에 '초콜릿폰'과 '샤인폰'을 잇따라 내놓으며 휴대폰 전성기를 맞았다.

초콜릿폰은 출시 이후 지금까지 2000만대 이상 팔린 LG전자 최초의 '텐밀리언셀러 폰'이다. 샤인폰도 1000만대 이상 팔렸다. 박 총장은 또 컴퓨터로 대량의 정보를 읽고 저장할 수 있는 CD-ROM 분야에서 LG전자를 세계 1위로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는 "초콜릿폰과 CD-ROM 모두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며 몸을 낮췄다.

박 총장은 대박상품을 냈을 때보다 요즘 더 신난다고 한다. '물건을 잘 만들어 어떻게 팔까'를 생각하는 것보다 '어떻게 좋은 인재를 키워 사회에 기여할까'를 고민하는 게 더 행복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학교 구성원과 함께 멋진 학교를 만들어 갈 수 있다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박 총장은 연암공업대를 취업 보증수표로 키우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졸업과 동시에 기업에서 곧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맞춤 인력을 배출하고 있는 게 연암공대의 강점"이라며 "기술뿐 아니라 인격 면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인재를 키워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연암공대는 지난해 84%의 취업률로 전국 144개 전문대 중 1위를 차지했다.

연암공대는 1984년 경남 진주에 설립된 정보기술(IT) 인력 양성 전문대로,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이 선친인 고(故)연암 구인회 창업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설립한 학교법인 연암학원이 운영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