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이 무서운 이유는 사고가 날 경우 타인의 생명까지도 위협하기 때문이다.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직업 운전기사들에게 음주운전은 절대 금물이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취했다'며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운전기사들이 늘고 있다. 육 · 해 · 공 구별이 없다.

지난 4일 새벽 서울 서부경찰서 교통조사계.왼쪽 와이셔츠 팔에 피가 묻은 중년 남성이 조사를 받고 있었다. 마을버스 운전기사인 유모씨(55)는 승객을 태우고 녹번동을 달리다 횡단보도에서 김모씨(78)를 치었다. 피해자가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혈중 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유씨는 운전면허 취소 기준(0.1%)이 넘는 0.117%가 나왔다. 유씨는 근무 전날 연남동 포장마차에서 새벽까지 소주 2병 반을 마시고 새벽운행에 나선 것으로 조사됐다.

해상에서도 음주운전 사고는 일어난다. 동해해양경찰서는 지난달 대진항에서 술을 마시고 입항한 김모씨(46)를 입건했다. 김씨는 "소주 반 병밖에 안 마셨다"고 주장했지만 혈중 알코올농도는 0.1%가 나왔다. 인천해양경찰서도 지난 6월 웅진군 승봉도 해상에서 술을 마신 채 레저보트를 운전하던 김모씨(45)를 입건했다. 동해해양경찰서 관계자는 "해상 음주운전 사고는 작은 규모라도 바로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고위험 사고"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에는 하늘에서 음주운전 사고가 일어날 뻔한 아찔한 순간이 있었다. 오전 7시10분 김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가려던 아시아나항공 운항을 맡은 오모 기장(41)이 항공기 탑승 직전 국토해양부의 운항감독관이 실시한 불시 음주측정에 적발된 것.오씨는 음주로 퇴사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뒤인 지난 6월에는 이스타항공의 기장도 전날 마신 술이 덜 깬 상태로 음주 비행을 하려다 국토부 감독관에게 발각됐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전날 술을 마신 뒤 자고 일어나면 술이 깼을 것이라는 생각에 운전대를 잡지만 몸속의 알코올이 분해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