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 기업들이 그동안 하드웨어에만 집중해왔다고 이렇게 욕을 먹는 것은 이상합니다. 외국 기업들도 좀 어리둥절해 합니다. "

6일 기자와 만난 송영길 부가벤처스 대표(44 · 사진)는 최근 한국의 소프트웨어산업 경쟁력이 너무 뒤떨어져 있다는 비판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이라고 지적했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HP의 PC사업 분사 등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산업이 재편되고 있지만 이런 양상만으로 한국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폄하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좋은 하드웨어입니다. 지금 마치 하드웨어의 시대가 끝나가는 것처럼 말하지만 세상은 돌고 도는 법.하드웨어의 시대가 조만간 또다시 올 것입니다. "

송 대표는 "애플도 곧 부족한 부분이 나올 것"이라며 "그 기회가 왔을 때 치고 나가려면 지금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을 잘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하드웨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창의성과 상상력을 불어넣는 것이 소프트웨어산업을 키우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만 갖고 승부를 보던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제품에도 인문학적인 가치와 상상력을 담아야 하는데 한국의 IT 리더 중 이런 부분에서 역량있는 인물이 없는 게 문제입니다. "

송 대표는 삼보컴퓨터 재직 시절인 1997년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컴퓨터 유통회사인 이머신즈를 공동 창업한 인물이다. 이머신즈는 저가 데스크톱PC 돌풍을 일으키며 9개월 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하고 미국 소매시장 3위에 오르는 대성공을 거둬 2000년 3월 나스닥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미국 대형 업체들의 공세로 끝까지 호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지만 송 대표는 이머신즈를 통해 미국 비즈니스 세계의 생리를 터득하는 경험을 쌓았다. 2003년에는 제로클라이언트 업체인 엔컴퓨팅을 미국에서 창업해 매출 500억원대의 회사로 키우면서 한국인으로는 드물게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성공 사례를 일궜다.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기 위해 2009년 부가벤처스라는 엔젤투자회사를 실리콘밸리에 설립했고 작년에는 한국에서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이재웅 다음 창업자,장병규 본앤젤스 대표,이택경 다음 창업자 등과 공동으로 출자해 벤처 인큐베이팅업체 프라이머를 만들었다. 실리콘밸리 최대 한인 커뮤니티인 'Bay Area K-Group'의 회장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한국의 젊은이들이나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좀처럼 성공 모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크게 우려했다. "중국이나 인도,대만 등은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거나 다양한 경험을 한 인재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IT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이민 1세와 그들의 자녀들이 대부분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전문직종을 선호하는 데다 그나마 있는 엔지니어들도 삼성,LG에 채용돼 한국으로 건너가 버리기 때문입니다. "

송 대표는 지금이라도 보다 많은 한국 젊은이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마트 · 모바일 시대는 아이디어와 실행 능력만 좋으면 작은 자본으로도 얼마든지 승부를 걸어볼 수 있다"며 "특히 소프트웨어나 IT 서비스 분야의 경우 관련 노하우와 인재가 풍부한 미국 시장이 매력적"이라고 덧붙였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