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설명은 이렇다. "구한말 일본이 자국의 은행을 앞세워 경제침략을 본격화하자 청계천 상인들이 다 죽는다는 얘기가 돌았어요. 일본에 맞서 토종 자본을 육성하는 게 시급했지요. 그래서 고종 황제께서 1899년 우리은행 전신인 대한천일은행(옛 상업은행)을 세우신 겁니다. 토종 자본을 키우고 서민들을 지원하는 게 우리 임무 중 하나죠."
우리은행 전신의 또 다른 축인 한일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포스코의 공장 설립자금을 한일은행이 댔을 정도로 토종산업 육성에 적극적인 역사를 갖고 있다는 게 이 행장의 얘기다. 우리은행은 최근엔 '뽀로로'를 만든 오콘이 타 은행에서 대출을 거절당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290억원 규모의 '통큰' 대출을 내줘 화제를 모았다. 이 행장은 "기업이 어려울 때 도와야 진정한 친구 아니겠느냐"고 했다.
우리은행은 이달 초 고졸 출신 85명을 텔러행원으로 선발했다. 고졸 채용 규모로는 금융업계 최대다. 이 중 한 명은 다문화 가정 출신이다. 이 행장은 신입 텔러들의 집에 축하의 의미로 난을 보내줬는데,대부분 낮에 선물을 받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상당수 직원들의 집이 대부분 다가구주택 꼭대기나 지하층이었다"며 "한 신입직원의 노모는 우리은행 합격 소식에 말없이 눈물만 흘리셨다고 하더라"고 소개했다.
입행 후에는 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멘토'를 붙여주기로 했다. 그는 "직원들간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한데,고졸 출신들이 일선에 배치되면 선배 직원들이 더욱 특별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상고 출신들이 실력이 모자라 대학에 못 간 게 아닌 만큼 꾸준히 고졸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대학 진학을 원하면 학자금도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공헌 예산을 내년에는 더 늘리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날 순대국밥집에서 늦은 아침을 먹던 주변 상인 10여명 대신 밥값을 냈다.
용인=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