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MB정부의 연목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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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방치…가계부채 해결 안돼
'경제는 소통' 기본원리 충실하길
'경제는 소통' 기본원리 충실하길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먼저 강의하는 내용이 국민경제의 순환이다. 한 경제에 존재하는 경제주체의 유형을 설명하고 이들이 어떤 시장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가를 이해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순환의 원리는 모든 경제원리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는 생산자와 연결돼 있으며 생산자는 다시 노동시장을 통해 소비자와 연결돼 있다.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뭔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우리 경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순환과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여러 가지 개혁돼야 할 제도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순환과 소통의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뒤 모든 문제가 우리 자신 때문인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막혀 있는 곳을 뚫고 노동과 자본,재화와 금융의 흐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노력이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차별적 시장행태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개혁의 논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만 높은 듯하다. 시장원리가 잘못된 제도와 관행에 의해 왜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생산성이 유사한 노동자를 크게 차별하는 제도를 언제까지 방치할 작정인가. 노동시장은 지금 소통과 순환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의 문제가 될 것이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파국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제도를 개혁하고자 한다며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논의한다고 하더니 결국은 핵심인사가 사임하고 끝내는 무엇을 했는지가 불분명하다.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학자들에 따르면 애초에 개혁 의지가 없는 가운데 만들어진 태스크포스였던 것 같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금융감독은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는 금융시장에서 보안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보안관이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제도를 제대로 개혁할 수 없다면 순환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는가.
가계부채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기업,그것도 대기업에 유리한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시장의 개편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과장해서 말한다면 가계는 피폐화하고 있다. 저축률을 보라.가계저축은 급락하고 기업저축이 과거에 가계저축이 차지하던 비율을 점령했다. 기업이 저축을 많이 한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가계는 저축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저축이 높다는 것은 결국 소득분배에 왜곡이 있으며 국민소득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순환과 소통이 가장 막혀있는 곳이 부동산시장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방치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분야가 대북정책과 부동산시장 두 곳이다. 온갖 규제와 세금폭탄을 설치해 놓고 그야말로 방치 이외에 다른 정책이 없는 기묘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국민,그것도 서민의 자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집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을 이같이 방치해 순환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가장 반서민적인 정책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부동산시장을 방치한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의 전형이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조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가격 안정,거래와 순환의 활성화가 반드시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라고 보지 않는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설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정치 지도자로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인사에 대한 기대가 이 정도라는 것은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제도권에서 찾기가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반성할 일이다. 주위를 돌아보고 막혀 있는 곳을 뚫고자 하는 의식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조장옥 < 서강대 경제학 교수 >
그러나 언제인가부터 뭔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우리 경제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순환과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더해 여러 가지 개혁돼야 할 제도들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순환과 소통의 문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뒤 모든 문제가 우리 자신 때문인 것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있지만 막혀 있는 곳을 뚫고 노동과 자본,재화와 금융의 흐름이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는 노력이 그다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차별적 시장행태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노동시장 개혁의 논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사이에서만 높은 듯하다. 시장원리가 잘못된 제도와 관행에 의해 왜곡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같은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고 생산성이 유사한 노동자를 크게 차별하는 제도를 언제까지 방치할 작정인가. 노동시장은 지금 소통과 순환이 가능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결국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의 문제가 될 것이며 이대로 방치한다면 파국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비관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저축은행 문제가 발생하자 금융감독제도를 개혁하고자 한다며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논의한다고 하더니 결국은 핵심인사가 사임하고 끝내는 무엇을 했는지가 불분명하다. 태스크포스에 참여한 학자들에 따르면 애초에 개혁 의지가 없는 가운데 만들어진 태스크포스였던 것 같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 금융감독은 역선택과 도덕적 해이가 난무하는 금융시장에서 보안관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보안관이 도덕적 해이를 보이는 제도를 제대로 개혁할 수 없다면 순환과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겠는가.
가계부채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기업,그것도 대기업에 유리한 각종 제도를 도입하고 시장의 개편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과장해서 말한다면 가계는 피폐화하고 있다. 저축률을 보라.가계저축은 급락하고 기업저축이 과거에 가계저축이 차지하던 비율을 점령했다. 기업이 저축을 많이 한다는 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가계는 저축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의 저축이 높다는 것은 결국 소득분배에 왜곡이 있으며 국민소득의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순환과 소통이 가장 막혀있는 곳이 부동산시장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방치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분야가 대북정책과 부동산시장 두 곳이다. 온갖 규제와 세금폭탄을 설치해 놓고 그야말로 방치 이외에 다른 정책이 없는 기묘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우리 국민,그것도 서민의 자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집이다. 지금 부동산시장을 이같이 방치해 순환이 일어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가장 반서민적인 정책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가. 부동산시장을 방치한 가운데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는 것은 연목구어의 전형이다. 부동산 가격의 폭등을 조장하라는 것이 아니다. 가격 안정,거래와 순환의 활성화가 반드시 서로 상충하는 개념이라고 보지 않는다.
안철수 서울대 교수의 서울시장 출마 설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다. 정치 지도자로서 알려진 것이 별로 없는 인사에 대한 기대가 이 정도라는 것은 시대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제도권에서 찾기가 쉽지 않아서일 것이다. 반성할 일이다. 주위를 돌아보고 막혀 있는 곳을 뚫고자 하는 의식과 노력이 필요한 때다.
조장옥 < 서강대 경제학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