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고급 건축물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 온 쌍용건설이 텃밭인 싱가포르에서 선별적으로 공사 입찰에 나선다.

쌍용건설은 싱가포르 건설시장에서 저가 경쟁이 우려되는 공사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건설업계는 토목 건축 등 싱가포르 시장에서만 2조원대의 공사를 진행 중인 쌍용건설이 선별입찰 방침을 정한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쌍용건설이 싱가포르 공사 입찰을 자제하는 이유는 국내 업체 간 경쟁으로 출혈수주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내 대형건설사인 A사는 싱가포르 대형복합빌딩 공사를 쌍용건설 응찰가보다 10%가량 낮은 6억7000여만달러(약 7000억원)에 따냈다. 중국 건설사들의 저가 수주 경쟁에 한국 건설사도 가세, 낙찰가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이 프로젝트는 초기 설계 때부터 관여한 만큼 사업성을 잘 안다"며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 경쟁을 펼치면서 수익률 하락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발주처들이 잇따라 입찰 초청을 하고 있지만 무분별한 수주전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쌍용건설은 국내 업체 및 중국 업체들이 수주전에 참여하는 저가 수주 예상 프로젝트에는 입찰견적도 내지 않기로 했다. 대신 기술력이 뒷받침되고 부가가치가 높아 유럽 · 일본 업체들이 뛰어드는 공사에 수주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쌍용건설은 해외시장 다변화에도 나선다. 말레이시아 러시아 등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하지 않은 시장을 개척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건설업계에서도 해외시장 저가수주 경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동과 싱가포르 등에서 건축 토목에도 국내 업체 간 출혈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 건설사 위상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