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업계 호황에도 불구하고 한림창투 제일창투 등 중견 벤처캐피털들이 잇따라 상장폐지 위기에 처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이후 6~7년간 이어진 투자 비수기 동안 변신에 실패해 적자생존 경쟁에서 밀려났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거래소는 30일 연속으로 시가총액이 40억원을 밑돌아 지난 5월17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한림창투가 상장폐지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할 것을 6일 당부했다. 한림창투는 14일까지 시가총액 40억원을 넘지 못하면 증시에서 퇴출된다. 이날 현재 시총은 31억원에 불과하다. 한림창투 관계자는 "오는 14일 소액공모방식으로 유상증자한 189만주가 상장되면 40억원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주가가 500원 미만으로 떨어지면 시총이 40억원에 못 미칠 수 있다.

그린기술투자도 지난 5월2일 투자주의환기 종목으로 지정된 후 주가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이날 주가는 1원(0.47%) 내린 214원에 마감했다. 지난 4월 말 대비 36.74% 급락했다. 이날 시가총액은 41억원으로 40억원에 턱걸이하고 있다. 주가가 추가 하락해 40억원 미만인 상태가 30일 연속 이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제일창투는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에 지정될 위기에 있다. 거래소는 오는 19일까지 제일창투가 횡령 및 배임혐의 발생으로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되는지 여부에 대해 조사할 예정이다. 1대 · 2대 주주 간 경영권 다툼도 전개되고 있다. 2대 주주인 두성홀딩스 외 6인은 최대주주인 황순태 회장 등을 신임이사로 선임한 지난 2일 주총 결의에 대해 부존재 확인 등의 소를 서울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6일 공시했다.

현재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벤처캐피털은 한림창투 제일창투 등 11개다. 이 중 거래정지 중인 제일창투를 포함해 7개사가 액면가(500원)보다 낮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 4월28일 넥서스투자는 감사의견 거절로 이미 상장폐지된 상태다.

이들 벤처캐피털은 모두 2000년대 초반 중견 투자업체로 탄탄한 입지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상당수가 잦은 경영권 손바뀜 과정에서 대주주 횡령,부실 투자 등이 발생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결국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이 중 3,4곳은 올해 정책자금이나 연기금 등으로부터 한푼의 출자도 받지 못해 펀드 설정조차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벤처캐피털 산업은 최근 유동성 확대로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펀드 결성도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정작 상당수 상장 벤처캐피털들은 침체를 겪는,웃지 못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주로 상장사들인 1세대 벤처캐피털들이 과거 비체계적인 투자관행에서 변화하지 못해 수익성 저하에 시달리는 반면,비상장사들인 2세대 벤처캐피털들은 선진국형 관리시스템을 통해 시장을 주도하는 양상"이라는 설명이다.

고경봉/서정환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