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돈을 구하는 비용이 싸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금리의 기준이 되는 국고채 금리가 가파르게 떨어진 덕분이다. 신용등급이 국고채와 맞먹는 초우량 기업은 물론 'A' 등급 대기업들도 눈에 띄게 낮은 이자로 돈을 조달하고 있다. 만기 5년 이상 회사채도 인기가 높아졌다.

동국제강,3200억원 장기조달 성공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전날 실시한 회사채 입찰에서 2500억원 규모의 3년 만기 채권 발행을 확정했다. 발행금리는 발행예정일(23일)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에 0.9%포인트의 가산금리를 합한 값으로 정해진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전일 최종 호가인 연 3.35%에서 유지된다면 연 4.25%의 고정금리로 돈을 빌리게 된다.

이번 회사채 입찰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동국제강의 신용등급은 'A+'로 초우량 등급은 아니지만 신용스프레드(가산금리)만 조금 얹어주면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많아 발행이 수월하게 진행됐다"며 "신용경색에 대한 우려로 스프레드는 전보다 높아졌지만 조달금리 자체는 내려갔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지난 2월 3년 만기 회사채를 연 4.54% 금리에 발행한 바 있다. 이번 발행금리보다 0.3%포인트 정도 높은 이자를 물었다. 2009년과 2010년에는 연 7.30%와 5.38%의 이자를 줘야 했다.

동국제강은 이번 입찰 때 5년 만기 회사채 700억원의 발행도 함께 확정했다. 장기 국고채 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비용 차이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5년 만기 채권 발행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절대금리가 높은 장기채를 선호해 예상보다 많은 금액을 성공적으로 조달했다"고 설명했다.

◆A 등급 기업도 조달금리 낮아져

동국제강보다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낮은 일부 기업들도 이자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 신용등급이 'A'인 한미약품은 이날 200억원어치의 5년 만기 회사채를 연 5.10% 금리에 발행했다고 공시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시장 반응이 좋아 설립 후 처음으로 5년 만기 채권을 발행했다"며 "3년 만기로 발행했다면 4.5% 이하에 돈을 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과 신용등급이 같은 하이트홀딩스는 발행금리를 놓고 투자자들과 '힘 겨루기'가 한창이다. 이날 실시한 600억원의 회사채 입찰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회사채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신용위험 확대에 따른 이자수익을 더 얻기 위해 높은 가산금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국고채 금리와 우량 회사채 금리가 풍부한 글로벌 유동성에 힘입어 한동안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동락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머징마켓 채권 금리가 글로벌 유동성과 안전자산 매력에 힘입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우량 대기업들도 이런 금융시장 움직임에 따른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