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안철수는 '50보 미인'인가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헷갈리는 '안철수發 정치 드라마'…대한민국은 교수하기 좋은 나라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 오른 글들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서울시장 재야 단일후보로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한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직후 300개가 넘는 참여글이 쌓였다. 단일후보로 결정난 사람은 박 변호사지만,진보적 젊은이들의 소통마당인 아고라에서 주어(主語)는 압도적으로 '안철수'였다. 안철수의 '정치 드라마'는 여전히 진행형이며,한국 사회의 정치 · 사회 지형에 강력한 변수가 될 것임을 예감케 하는 대목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안 원장의 최근 정치 행보를 둘러싼 글로 도배됐다. 그가 한나라당의 간판 '선거 책사(策士)' 출신인 윤여준 전 의원의 정치 멘토링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정치적 정체성에 대한 진보 성향 네티즌들의 혼란이 커졌다.
그래서일까. 안 원장은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응징을 당하고 대가를 치러야 역사가 발전한다"며 한나라당에 독설을 퍼부었고,진보좌파 계열의 '대부' 박원순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한 방 먹은 사람이 "안 교수는 한나라당 생각과 아주 일치하는 인물"이라고 했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만은 아니었다.
그런 안 원장이 박 변호사 지지를 선언하기에 앞서 묘한 말을 던졌다. "한나라당이 거듭나면 지지못할 이유가 없다. 나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사람이 아니다. " 도대체 그의 정치적 지향점이 무엇인지 헷갈리는 이유다.
이 대목에서 궁금한 게 생긴다. 우리는 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 서울대 의학박사 출신의 전직 의과대학장,국내 최대 사이버보안회사를 일궈낸 벤처기업인,늦깎이로 미국 아이비리그에 유학을 가 MBA를 취득한 통섭형 대학 교수….요즘은 전국을 순회하며 시장경제와 사회 기득권층의 문제점을 꼬집는 화려한 언변으로 젊은이들을 열광시키는 대중 스타.
그는 숨돌릴 틈 없는 변신으로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이 시대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가 넉 달 전까지 몸담았던 KAIST의 한 교수가 트위터에 올린 "국립대 교수이자 대학원장 보직을 갓 맡은 사람이 학기 중 평일에 버젓이 정치유세에 다름없는 전국투어를 하고 있고,…대한민국은 교수하기 좋은 나라 같습니다"는 지적처럼,'좋은 직업'을 가진 덕분인지 여부는 논외로 치더라도.
분명한 것은 우리가 '정치 지도자'로서 그의 자질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화려한 '스펙'을 쌓았지만,정작 어느 한 분야에서도 치열한 공력(功力)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 분야,저 분야를 옮겨다니는 동안 다재다능한 탤런트를 과시했을지는 몰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성공이나 보약으로 삼을 만한 처절한 실패 어느 것도 경험하지 못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의 주위 인물들이 쓰는 용어 중에 '50보 미인'이란 게 있다. 대중은 명사(名士)를 '50보 밖'의 '이미지'로 판단하지만,정작 가까이에서 드러나는 모습은 전혀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내년 이후'의 정치 행보가 주목되는 안 원장의 '쌩얼'이 궁금한 이유다.
이학영 편집국 부국장 ha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