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만에 멈춘 '安風'…시장후보 양보하고 大權 도전 길 닦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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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시장 불출마
단일화 '돌풍' 땐 내년 총선까지 요동…朴 낙선 땐 '찻잔 속 태풍' 그칠 수도
단일화 '돌풍' 땐 내년 총선까지 요동…朴 낙선 땐 '찻잔 속 태풍' 그칠 수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6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데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온다. 우선 현실정치에 발을 담그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가 적지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 원장이 기존 정당이 아닌 제3의 길을 걷겠다고 했지만 조직이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직 없으면 힘들어"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실제 선거전에 들어가면 기존 정당들의 조직들이 골목단위에서부터 밑바닥 정서를 훑으면서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제 조직과 세력을 갖지 못한 신인들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가진 박원순 변호사가 출마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원장의 한 지인은 "박 변호사에 대해 안 원장은 상당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서로 적으로 마주치는 데 대한 우려가 불출마의 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두 사람 모두 선거에 나오면 시민단체의 표가 분산되면서 결국은 기존 정당에 유리한 구도가 형성되는 데 대해서도 부담을 가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일단 학계에서 강의와 연구에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그의 존재감과 몸값을 끌어올린 만큼 새로운 정치적 도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안 원장이 자신에게 쏟아진 여론의 관심과 지지율에 대해 "온전히 저를 향한 것이 아니고 우리사회 리더십에 대한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 여긴다"고 밝혀 여운을 남겼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 후보는 박 변호사가 맡고,내년의 대통령 선거는 안 원장이 나서는 이른바 '역할분담론'이 설득력 있게 흘러나오고 있다. 안 원장은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회의원과 다르게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것이 많다. 대통령이라면 크게 바꿀 수 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지만 안 원장의 '출마설'만으로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으로 차기 서울시장감 1위로 꼽히는 등 엄청난 지지율이 확인된 터라 그의 서울시장 출마포기는 대권으로의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미 대권가도 올라서"
여권 관계자는 "안 원장의 관심이 애당초 대권에 있었다는 관측이 많다"며 "지지율 1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것은 대권행보를 위한 수순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안 원장이 대권가도에 올라섰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소모적인 정치공방과 갈등,폭력의 구태를 되풀이하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혐오가 이른바 '안철수 신드롬'을 만들어냈고 거기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차기 대권과 관련한 국민의 열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에서다. 안-박 단일화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면 후폭풍은 내년 4월 총선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안-박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화가 성공하면 안 원장의 정치적 무게는 수직상승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러나 안 원장의 정치실험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박 변호사가 단일화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시면 안 원장의 대중적 인기도 급속히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 등을 거치며 '거품'이 사그라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 경우 '제2의 박찬종이나 문국현'이 될 수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