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원 태원엔터테인먼트 사장(47 · 사진)은 일급 영화제작자다. 부침이 심한 충무로에서 21년간 700여편의 외화를 배급했고 30여편의 상업영화를 제작했다. 배급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200억원을 벌었고,조폭코미디 '가문의 영광' 시리즈 3편을 제작해 1500만명을 동원하기도 했다. '아이리스'와 '아테나'로 방송드라마의 새 지평도 열었다.

7일 개봉한 '가문의 영광' 시리즈 4편 '가문의 수난'에서 메가폰을 잡고 연출자로 영역을 넓힌 그를 만났다.

"에로물을 제외하고 국내에서 주류 상업영화 시리즈 중 4편이 나오기는 처음입니다. 조폭을 가족과 연결시켜 웃음을 자아낸 게 흥행 요소죠.폭력적이고 욕설이 많아 가족이 보기에 민망한 부분이 있었는데 4편에서는 욕설과 폭력을 완화시켜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겁니다. "

'가문의 수난'은 김치사업으로 성공한 조폭 출신 기업가 홍 회장(김수미) 일가가 출국금지 해제 기념으로 가족여행을 떠나 펼치는 소동을 담았다. 신현준 탁재훈 장경재 현영 정준하가 웃음 전도사로 나섰다.

"제 의지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감독을 맡게 됐어요. 2편과 3편을 연출한 정용기 감독이 다른 영화를 찍느라 할 수 없었죠.추석 개봉 일정을 맞추기 위해 제가 나선 겁니다. 국내에서 4회 촬영한 뒤 약 3주간 일본에서 밤샘촬영을 했습니다. "

빠듯한 일정을 소화한 것은 그의 카리스마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수미 정준하 신현준 현영 등은 각종 방송 스케줄 때문에 촬영 도중 수시로 한국에 드나들었다. 해당 장면을 찍고 바로 공항으로 가기 일쑤였다.

"편안한 웃음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했어요. 예능 프로 같은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추석 때 모인 가족이 부담없이 즐기도록 만든 코미디지요. "

관객들에게 모니터한 내용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그는 이병헌과 김태희가 주연한 첩보물 '아이리스'에서 영화제작 시스템을 도입,180명의 스태프 중 2명만 방송 쪽에서 끌어왔다. 제작비 170억원은 국내에서 대부분 회수하고 해외 판권 등으로 100억원가량 벌었다. 후속작 '아테나'는 그만큼 성공하지 않았지만 손해를 보지는 않았다. '반지의 제왕'3편을 배급해서는 수익금 중 약 200억원을 로열티로 주고 200억원을 챙겼다. 그러나 중국과 합작한 '삼국지-용의 부활'은 실패했다. 중국에서 흥행했지만 로열티를 받아야할 중국인 파트너가 달아나버린 것.

"영화계에서는 제가 아직도 살아있는 게 신기하다고 해요. 1990년 입문한 이래 격동기를 거치면서 제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늘 파악했습니다. 오버해도 되는지,혹은 자숙할 때인지 판단했지요. 새로운 도전과 투자를 할 때에도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했습니다. "

그는 내년 1월부터 양방과 한방이 대결하는 병원드라마 '제3병원' 제작에 들어간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