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모든 직장인 여러분!가족과 함께 송편 맛있게 드시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

연극 '바보 빅터' 출연진이 한가위를 앞두고 한국경제신문 독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바보 빅터'는 17년을 바보로 산 세계 멘사협회장 빅터 세리브리아코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베스트셀러 《바보 빅터》를 극화한 작품.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로 유명한 연출가 박승걸 씨가 연출을 맡은 기대작으로 10월21일부터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된다.


5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한정호 · 강대윤 · 김시영 · 김기주 씨등 주연 배우들이 빡빡한 연습 일정에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인터뷰에 나섰다. 오랜만에 입어보는 한복인지라 "한복이 너무 예쁘다""고름은 이렇게 매는 것이 맞냐"며 어린애마냥 즐거워했다. 이들은 "경기불황으로 어려운 시기이지만 가족들과 따뜻한 사랑을 나누는 넉넉한 한가위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빅터역을 맡은 한정호(31) · 강대윤(32) 씨는 연기력을 인정받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라이어''닥터 이라부''내 이름은 김삼순' 등에 출연했던 한씨는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추석빔에 대한 추억을 떠올렸다.

"어머니가 저와 동생에게 1년에 한 벌씩 만들어주셨어요. 추석 몇 달 전부터 자로 재고 꿰매고 정성들여 옷을 지어주시던 모습이 생각나요. 이맘때가 되면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

한씨는 "책을 읽고 온 관객들은 빅터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고,소설을 읽지 않은 관객들도 빅터의 삶을 통해 교훈을 얻을 수 있도록 캐릭터를 연구하고 있다"며 "재미있고 감동적인 공연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궁''맘마미아''올슉업' 등 10여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강씨는 '바보 빅터'가 초연 작품이라 더욱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초연은 새롭게 만들어가는 '맛'이 있잖아요. 책이 너무 감동적인 데다 연출가 선생님과 토론하고 연습하는 작업 모두 재미있어요. 도전의식이 저절로 생겨나는 작품입니다. "

그는 "매년 추석 연휴에 공연이 있어 친척들을 찾아뵙지 못하거나 잠깐 얼굴만 비추고 돌아와 늘 죄송했다"며 "올해는 모처럼 이틀간 쉬게 된 만큼 맛있는 음식도 먹고 가족 친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빅터와 감동의 스토리를 펼칠 여주인공 로라역의 김시영 씨(31)는 '라이어''그남자 그여자''커피프린스 1호점' 등으로 주목받은 연기자다.

그는 "'바보 빅터'는 눈에 확 들어온 작품이어서 망설임 없이 오디션에 지원했다"며 "개인적으로도 크게 기대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출신인 김씨는 30대가 되면서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심해졌다고 했다. "제가 가장 사랑했던 할머니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 그 후로 맞는 첫 추석이라 경북 포항 본가에 가족과 친지들이 다 모이는데,스케줄 때문에 저만 빠지게 돼 마음이 아파요. 그래도 전화나 문자로 친척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주셔서 큰 힘이 나요. "

빅터를 괴롭히는 더프역을 맡은 김기주 씨(32)는 오는 12월3일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다.

총각으로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추석 연휴라 더욱 뜻깊다. 그는 "예비 처가에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고,장인 장모님께 재롱도 떨면서 점수를 따야겠다"며 즐거워했다.

'안중근과 이등박문''그 여자 사람잡네''우동 한 그릇'에서 개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던 그는 "빅터는 세상 사람들에게 바보라고 놀림을 당하며 소외감을 느끼지만 꿈을 잃지 않았다"며 "주위의 소외되고 외로운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연극배우들이 금전적으로는 넉넉하지 않아도 연기에 대한 열정과 희망으로 마음만은 행복하다"며 "경기가 안 좋지만 추석 연휴 때 가족끼리 대학로에 나가 연극이나 문화공연을 보면서 마음의 위안과 여유를 찾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