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국민연금 받을 65세까지 '막막'…개인연금 불입액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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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를 위한 습관 장기투자
<1부> 은퇴준비 안된 한국인 - (4ㆍ끝) '魔의 10년' 대비를
연금 10년 먼저 가입 땐 6300만원 부담 줄어…커피값만 절약해도 30년 후 1억3000만원
<1부> 은퇴준비 안된 한국인 - (4ㆍ끝) '魔의 10년' 대비를
연금 10년 먼저 가입 땐 6300만원 부담 줄어…커피값만 절약해도 30년 후 1억3000만원
중소기업 임원인 이모씨(50)는 최근 금융회사에서 은퇴비용 상담을 받고나서 걱정이 많아졌다. 55세에 은퇴해 30년간 현재 화폐가치 기준으로 월 200만원씩 생활비를 쓴다고 가정하면 3억66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됐다. 90세까지 살게 되면 그 금액은 3억9500만원으로 늘어난다. 이씨는 5년 전 퇴직금 중간정산을 받았다. 개인연금이 있긴 하지만 55세부터 월 15만원 정도 받게 돼 있어 별 도움이 안된다. 그가 보유 중인 자산은 4억5000만원짜리 아파트와 금융자산 5000여만원이 전부다. 이씨는 "앞으로 자녀들의 대학교육비와 결혼자금 등 목돈이 들어가게 될텐데 지금의 보유자산만으로 노후를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젊었을 때 개인연금 가입액을 늘리지 못했던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준비 안된 노후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선진국에선 다양한 연금을 통해 은퇴 전 급여의 70~80%를 받으면서 노후 생활을 즐기는 구조가 오래전부터 정착됐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가 2009년 조사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은퇴자들의 소득 중 연금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은 21%에 불과했다. 젊었을 때부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가입을 크게 늘려 노후 생활의 방파제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3층 보장 구조'론 자금 절반 충당
2005년부터 우리나라에도 이상적 노후보장 시스템으로 인식되는 '3층 보장 구조'가 제도적으로 마련됐다.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1층의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과 여유 있는 노후생활을 위한 3층의 개인연금에 이어 회사로부터 받는 2층의 퇴직연금이 도입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퇴직연금과 합산한 개인연금에 대해 연간 400만원의 소득공제 혜택을 줘 연금 가입을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일찍이 3층 보장 구조를 도입한 선진국에 비해선 아직 걸음마 단계다. 퇴직연금 가입률은 지난 6월 말 현재 전사업장의 7.5%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개인연금 가입률도 지난해 기준 32.2%로 선진국의 70~85%에 한참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에 소득공제 한도인 연간 400만원까지만 불입할 경우 노후에 필요한 자금의 절반 정도밖에 충당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은 2007년 법이 개정돼 소득대체율이 현재 60%에서 2028년엔 40%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40%에도 착시가 있다. 40년 동안 납입한 가입자에게만 적용되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27년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실질 소득대체율은 25~35%로 추정된다.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 12.5%,개인연금의 7.5%를 합쳐도 3층 연금 전체의 소득대체율은 최대 55%다.
◆10년간 '암흑기' 발생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앞으로는 퇴직과 국민연금 수령 시점 사이에 약 10년간의 '암흑기'가 발생한다. 지금은 만 60세에 국민연금을 탈 수 있다. 그러나 2013년 만 61세로 늦춰지는 것을 시작으로 5년마다 1년씩 연장돼 2033년부터는 만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미래에셋퇴직연금연구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은퇴 연령은 평균 56.3세다.
전문가들은 50대 중반 은퇴 이후 65세까지 '마의 10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제2의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한 '방파제'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다. 이 두 연금은 55세부터 수령이 가능하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퇴직연금은 중간정산을 하지 않고 직장을 옮기더라도 개인퇴직계좌(IRA)에 별도로 가입해 온전히 은퇴자금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30세부터 월 100만원씩 개인연금을 납입하면 국민연금과 퇴직연금만으로 부족한 노후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 소장은 "하루 커피값을 절약해 월 13만원씩 적립식펀드에 납입할 경우 30년 후엔 1억3000만원(연 수익률 6% 가정)을 모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성동 미래에셋 퇴직연금연구소 연구실장은 "젊은 세대는 개인연금에 하루라도 빨리 가입할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 매달 납입하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55세부터 월 100만원씩 받기 위해 연금보험(공시이율 연 4.0% 기준)에 가입할 경우 지금 30세라면 매달 65만원씩 15년을 납입하면 된다. 그러나 40세에 가입하면 같은 조건으로 매달 100만원을 납입해야 한다. 10년 빨리 준비하면 월 35만원,총 6300만원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