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난에 허덕이는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이 불투명해지자 그리스 국채도 휴지조각으로 전락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다 못해 이제 그리스 정부는 돈을 빌리려면 원금의 절반 수준을 이자로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사실상 디폴트(채무 불이행)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7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번주 들어 그리스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연 50%를 돌파했다. 지난 2일 런던 채권시장에서 49.09%를 기록했던 2년물 수익률은 5일 55.49%로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6일엔 54.38%였다.

이날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0.5%포인트 오른 연 19.81%에 마감,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독일 10년 만기 국채와의 스프레드(수익률 격차)도 사상 최대치로 벌어졌다. 그리스 국채의 가치 폭락은 1997년 한국의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당시 한국에서는 3개월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연 25%로 급등했고 5년물 국고채 금리는 15%를 넘어섰다.

엘리자베스 애프세스 에볼루션증권 전략가는 "그리스의 디폴트가 임박했다"며 "현 상황에선 60%의 헤어컷(빌린 원금의 일부를 탕감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는 그리스 국채의 액면 가격이 60% 떨어진다는 의미다.

최근 다시 불거지는 그리스의 디폴트 위험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7월 약속한 2차 구제금융 지원이 불투명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구제금융의 조건이었던 민영화가 차질을 빚고 있고 핀란드와 담보협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EU 회원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